기제(旣濟)는 ‘이미 물을 건너갔다’라는 뜻으로 일이 성취된 상태를 뜻한다. 기제괘는 물은 아래로 내려오고 불은 위로 올라가 물과 불이 서로 교합하는 모습으로, 하늘과 땅이 만나는 태괘(泰卦)와 유사한 구조이다.
물과 불이 만나 상호 작용을 해야 음식을 완성할 수 있다. 또한 기제괘는 64괘 중 유일하게 6효 전체가 정(正)을 얻고 있다. 여기에서부터 기제는 ‘완성’이라는 의미가 도출된 것이다.
그런데 괘사에서 “기제는 형통함이 적으니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 처음에는 길하나 마지막에는 혼란할 것이다”라고 하여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6개의 효사도 대부분 경계하는 어귀들이다.
이것은 태통(泰通)한 상황은 비색(否塞)한 상황으로 전개되듯이 ‘완성’은 반드시 위란(危亂)으로 전개된다는 극즉반(極則反)의 역리(易理)에 기초한 것이다.
그리고 「대상전(大象傳)」에서 “물이 불위에 있는 것이 기제이니 군자는 (괘상을 본받아) 써서 환란을 생각하여 미리 방지한다”라고 하였듯이, 현재의 안락함에 방심하지 말고 앞으로 닥칠 위난에 대하여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교훈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훈은 “육사(六四)는 배에 물이 새들어 오니 걸레를 들고 종일토록 경계해야 한다”. “상육(上六)은 머리를 적시니 위태롭다”라는 효사에 잘 나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