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집 高峯集≫ 속에 실려 전한다. ≪고봉집≫은 원래 5책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중 제4책과 제5책이 <논사록>이다. 저자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 선조가 기대승이 경연에서 강설한 통치의 이념을 잊을 수 없어 사신에게 명해 그 내용을 가려 뽑게 함으로써 비로소 세상에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권상은 ≪고봉집≫ 제4책에 실려 있는 것으로, 저자가 명종 때에 행한 한 차례의 경연내용과, 선조 때에 행한 18회의 경연기록을 모아놓고 있다. 권하는 ≪고봉집≫ 제5책에 실린 것으로, 선조 때 행한 18회의 경연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끝에는 1592년(선조 25) 허봉(許篈)이 경연기록에서 옮겨 썼다는 내용과, 1630년(인조 8) 조찬한(趙纘韓)이 쓴 발문이 있다.
이 책에는 저자의 경세사상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의 정치적 이념은 도학의 실천자인 조광조(趙光祖)를 계승한다. 그는 실천을 주장하면서도 그 이론적 기초를 마련해 주는 학문적 작업도 간과하지 않았고, 그러한 학문적 노력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올바른 정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군왕이 완전한 인격을 갖추고 있는 성인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군왕은 군주이기 이전에 완성된 인격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왕에게 있어서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유교적 수양 공부가 절실하게 요청되지 않을 수 없다. 왕도를 실현할 수 있는 통치자의 자질을 갖추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군에 의해서 왕도가 행해지는 정치는 백성들을 위한 정치이며, 백성들을 근본으로 삼는 정치이다. 백성에 대한 군왕의 자세는 지배자의 그것이 아니라 백성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어버이와 같은 것임을 강조한다. 백성들과 더불어 고락을 함께 하는 것은 군왕 된 도리로서,. 이 마음가짐이 곧 성군의 완성된 인격이 덕치로 실현되는, 군왕으로서의 기본적 조건이라고 저자는 생각했다.
이런 입장에서 저자는 인심이 향해 가는 방향이 바로 천명 그 자체라고 본다. 이른바 맹자 식의 민본사상을 전개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용현론(用賢論)·대신론(大臣論) 등을 펴서 군왕이 행사하는 통치권의 분산을 꾀한다.
군왕 혼자만으로는 모든 정사를 다 살펴볼 수 없으므로, 통치의 권한을 대신들과 나누어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언로와 삼사의 공론을 중시하는 입장을 취한다. 그래서 민심을 통치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전개시키고 있는 궁극적인 이념은 민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유교적 대동사회의 실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