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라도』는 1919년 유일서관에서 초판이 간행되었다. 유일서관본 본문 첫 장에 제목이 ‘릉나도(鏡中影)’라고 표기되어 있다. ‘鏡中影’이 또 다른 제목이라는 것인데, 이 작품은 실제로 『조선신문』에 1914년 12월 17일부터 1915년 1월 22일까지 ‘경중영(鏡中影)’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바 있다. 『능라도』는 1930년까지 11년 동안 모두 12판이 간행되었다. 개작된 작품으로는 『금수강산 릉라도 총셩』(명문당, 1936)과 『연애탐정소설 능라도』(세창서관, 1951)가 있다.
평양부 주1의 자식으로 태어난 홍춘식과 홍도영 남매는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춘식은 여성도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은 일을 하며 도영은 여학교에 보내 교육을 시킨다. 어느 날 춘식은 능라도에 사냥을 나갔다가 남정린을 육혈포로 죽이려는 남정룡을 엽총으로 쏴 죽인다. 정린은 평양 군수였던 남승지의 아들이고 정룡은 그의 의붓자식인데 재산을 독차지할 생각으로 형 정린을 죽이려 했던 것이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경찰에게 정린은 붙잡히고 살인 누명을 쓴다. 춘식이 자수를 하여 정린은 누명을 벗고 춘식 역시 정당했다는 판결을 받아 둘 다 풀려난다. 정린은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춘식의 집을 찾는데 그의 여동생 도영을 보고 놀란다. 도영이 일전에 주4에 갔을 때 만났던 여인이기 때문이다. 춘식과 정린은 도화원에서 술을 마시며 정담을 나눈다. 또한 정린과 도영은 서로 결혼하자는 약속을 한다.
정룡의 생모이자 정린의 주2는 앙심을 품고 춘식과 정린에게 살인 누명을 씌워 죽이고자 한다. 이에 춘식과 정린은 일본에서 만나자 약속하고 각각 해로와 육로로 도망한다. 도영은 최신 수사 방법을 형사 변창기에게 제공하여 춘식과 정린이 누명에서 벗어나게 한다. 사건이 해결되자 변창기는 혼자 사는 도영에게 치근대고 도영은 그를 피해 서울로 가 ‘부인 다과점’을 운영하는 김운경의 도움을 받아 간호사가 된다.
한편 일본에 도착한 정린은 도영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도영을 변창기에게 시집 보내려는 도영 이모가 편지를 가로채 답장을 위조하여 보낸다. 도영의 마음이 변했다는 편지를 읽고 실망한 정린은 상야(上野) 공원 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살하려 하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던 기생 화자의 구원을 받는다. 화자는 정린을 지원하고 정린은 제국 대학 경제학과에서 공부한다.
간호사가 된 지 4년 되던 해 도영은 그동안 모은 돈을 갖고 정린을 찾으러 동경에 간다. 도영은 가까스로 정린을 찾았으나 정린은 도영을 냉대하고 이에 도영은 실망하여 정신병에 걸린다. 도영은 정신을 놓은 채 품천(品川) 해변을 걷던 중 바다에 빠진다. 춘식은 바다에 빠진 여성을 보고 구하러 가는데 물에서 꺼내고 보니 누이 동생 도영이다. 그는 바닷길로 일본에 가려다 풍랑을 맞아 남양 주5의 한 섬에서 청인의 도움을 얻어 살다 여비를 벌어서 동경에 온 길이었다.
춘식은 아픈 도영을 데리고 상야 공원으로 산책을 나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린과 화자 일행을 만나 그간 있었던 오해를 푼다. 도영과 화자는 한날한시에 정린과 결혼하기로 한다. 결혼식을 올리고 일행은 조선으로 돌아온다. 도영은 예전 은혜를 입은 ‘부인 다과점’의 김운경을 찾는다. 김운경은 도영에게 춘식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도영의 주선으로 김운경과 춘식은 결혼하기로 한다.
『능라도』는 애정 서사와 정탐 서사가 결합하여 구성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애정 서사에는 당대 서사의 흥미성의 원천이었던 여학생과 기생이 동시에 등장하는데 『무정』처럼 삼각관계의 갈등은 없다. 남자 주인공인 정린이, 여학생인 도영과 기생인 화자와 동시에 결혼하기 때문이다. 『무정』의 삼각관계는 작품 상황을 긴박하게 하며, 사랑의 의미와 당대 사회적 조건에서 여학생과 기생이란 직업의 의미를 묻는 조건으로 기능했다. 그런 점에서 『능라도』의 ‘일부이처제’는 이 작품이 당대 문제와 대면하기보다는 가급적 독자들이 친숙하게 읽을 수 있는 대중소설의 관습을 따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작중의 주7 서사에는 시체에 박힌 탄환이 주3 탄환인지 엽총 탄환인지 여부 그리고 육혈포 주6에 탄환 한 알이 없는 이유를 묻는 등 타당한 추리 과정이 묘사되어 있다. 또한 『능라도』에는 과학적 수사 기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것은 죽은 사람의 눈에는 그를 죽인 사람의 인상이 남는다는 것으로 이는 실제 과학과 상관없다. 즉 작중 추리에 관한 서사는 타당한 것도 있고 엉뚱한 것도 있다.
『능라도』는 재판소의 심문 장면이 구체적이며 합리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는 서술자가 당시 세상을 ‘밝은 세상’이라고 표현하는 바와 부합된다. 재판소의 심리 장면은 당시 일제 식민 지배의 한 국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당시 지배 체제를 긍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936년 개작본은 ‘일부일처제’로 애정 서사가 마무리되는데, 이는 개작자가 『능라도』의 ‘일부이처제’의 결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당시 시대상에 맞게 교정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