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2책. 필사본. 신경준은 『군현제(郡縣制)』 · 『강계고(疆界考)』 · 『산수고(山水考)』 · 『수차도설(水車圖說)』 · 『차제책(車制策)』 등 많은 저서를 남겼는데, 그중 『도로고』는 산천도리(山川道理) 등 지리에 밝았던 저자의 역작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조선조의 도리(道里)는 주척(周尺)에 의거하여 설정되었으나, 지역에 따라 이수(里數)가 일정하지 않고, 도로 표지나 시설의 배치가 불규칙하여 여행자에게 주는 불편은 물론, 국정에 미치는 피해도 크다.”고 찬술의 동기를 밝히고 있다. 즉, 정치 · 군사 · 행정 · 상업 등 여러 부문에서의 사회 · 경제적 변화와 그에 따른 정확한 지리적 지식, 특히 도로에 대한 지식의 필요성에서 저술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제1권에서는 왕이 능원묘(陵園墓)에 행차할 때 통행하던 양주의 건원릉(健元陵) · 사릉(思陵) 등 34개 능행로와 온천 · 행궁 등의 노정이 밝혀져 있다. 이어 경성으로부터 육대로(六大路)와 그에 소속된 제읍 및 역원(驛院) 간의 이수를 서술하였다. 육대로는 의주 제1로, 경흥 제2로, 평해 제3로, 동래 제4로, 제주 제5로, 강화 제6로이다.
제2권은 팔도 각 읍의 사방경계와 감영(監營) · 병영(兵營) · 수영(水營)까지의 거리가 기록되었다. 제3권에는 사연로(四沿路), 즉 백두산연로 · 압록강연로 · 두만강연로 및 팔도연해로(八道沿海路)를 열거한 뒤, 팔도의 역로(驛路)와 대로(大路) · 중로(中路)를 구분, 기록하였다. 이어서 기발(騎撥)인 서로, 보발(步撥)인 북로와 동남로 등 파발로와 봉수로를 기록하고 있다.
제4권은 강진과 제주간의 해로 및 교린사행로(交隣使行路)인 중국사행육해로(中國使行陸海路) · 일본통신사해륙로(日本通信使海陸路) · 유구국해로(琉球國海路) 등을 수록하고 있다. 부록으로 조석(潮汐) · 풍우(風雨) 등의 조목과 항해에 사용되던 전통적인 지식, 전국 각지의 정기 시장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18세기 중엽 조선의 실학적 지리학을 대표하는 저작으로서, 이전의 전통적인 지리지의 방식이나 역사 지리학 등에서 벗어난 최초의 경제 지리적인 전문 저술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또한, 이것은 조선 후기에 활발하게 전개된 도로와 시장에 대한 이용과 유통량의 증대를 중시하고, 그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함으로써 당시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조선 후기의 지역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또한, 뒤에 『이정표(里程表)』와 『도로표(道路表)』 등 유사한 종류의 많은 저술을 나오게 한 선구적인 업적이 되었다. 1976년 경인문화사(景仁文化社)에서 이전의 『여암유고(旅菴遺稿)』와 『여암전서』에 결본을 보충하여 영인한 『여암전서』(2冊)에 수록되어 있으며, 원본은 규장각도서와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