屯(둔)의 음은 ‘둔’, ‘준’ 두가지가 있다. 반절법에 의하면 ‘준’이 옳지만, 『주역언해』에는 ‘둔’으로 표기되어 있으므로 ‘둔’으로 읽는 것이 일반적이다.
둔은 초목의 싹이 처음 힘들게 땅을 뚫고 나오면서 충분히 신장되지 못하고 구부러진 모습을 그린 문자이다. 여기에서 ‘어렵다(難)’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주역』에서 어려움을 의미하는 괘에는 둔괘 외에 건(蹇)·곤(困)괘가 있는데, 이 괘들은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처신하는 방도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둔괘는 건·곤괘 바로 다음에 나오는데, 이것은 하늘과 땅이 처음 교합하여 사물을 낳는다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과정임을 시사한다. 괘상을 보면 감괘는 험난함을 상징하고 진괘는 강한 운동성을 상징한다.
즉 초목의 싹이 처음 지상으로 나와 혼란하고 어둡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머뭇거리며 나가야할 단계이지만 2효·4효·5효에서 ‘혼인할 짝과의 만남’을 강조하듯이 음양이 처음 만나고, 강한 운동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곤궁한 것만은 아니다.
괘사에서 “둔은 크게 형동하고 올바름을 지켜야 이로우니 함부로 나가지 말고 제후를 옹립하는 것이 이롭다.”라고 하였듯이 올바름을 잃지 않고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면 둔난한 상황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