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明)은 ‘밝음’을 뜻하고 이(夷)는 본래 동방인(東方人)을 가리키는데 『주역』에서는 ‘이’의 가차로서 ‘상(傷)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즉 ‘명이’란 ‘밝은 것이 상처를 입는다’는 뜻이다.
괘상은 진괘(晉卦)와 반대로 태양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으로서, 역시 밝은 빛이 손상됨을 상징한다. 태양이 지면 어둠이 온다. 명이괘는 밝은 빛이 손상되어 어둠이 지배하는 시기에 군자가 처신해야 할 방도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는 괘이다.
괘사에서 “명이는 어려움을 겪고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단전(彖傳)」에서 “‘어려움을 겪고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라고 한 것은 밝은 것을 숨기는 것이다.”고 해석한 것은 명이의 시기에는 총명함을 숨기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그 전형적인 인물이 기자(箕子)이다. 기자는 은나라 말기, 폭군 주(紂)가 지배하는 암흑의 시기에 거짓으로 미친척하고 남의 노예가 되어 화를 면한 뒤에 무왕에게 홍범구주를 전수해 주었다. 밝음을 훼손시키는 주체는 상효이다.
“상구(上九)는 처음에 하늘에 오르고 뒤에는 땅 속으로 들어간다.”고 말고 있듯이 처음에는 왕으로서 현자를 해치고 나중에는 자신을 해치는 주왕과 같은 존재이다.
상효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해 어둠의 세력을 제거하는 탕왕(湯王), 문왕(文王)과 무왕(武王)과 같은 경우는 3효이고, ‘밝음을 해치는 마음’을 간파하고 떠나가는 미자(微子)와 같은 경우는 4효이다. 이처럼 어둠의 시기에 처신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어느 경우든지 ‘올바름’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주역』의 본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