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충청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현재 충청남도 부여군 외산면 만수산에 위치한 무량사 대웅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동종이다. 무량사동종은 종신에 “숭정 9년 병자 5월 일 충청도 홍산현 북면 만수산 무량사 대종 주성 조계종 대선사 탁규비구 충청도판사 덕해비구 … 화원 정우비구 신원비구 혜운비구 지감비구 혜영비구 효립보체(崇禎九年 丙子五月日 忠淸道 鴻山縣 北面 萬壽山 無量寺 大鍾鑄成 曹溪宗大禪師琢珪比丘 忠淸都判事德海比丘…畵員 淨祐比丘 信元比丘 惠云比丘 知甘比丘 惠英比丘 孝立保体)”라는 내용의 주종기(鑄鍾記)가 있어, 1636년 5월 충청도 홍산현(현재 충청남도 부여군) 만수산에 위치한 무량사에서 사용하기 위해 당시 무량사의 주지이던 탁규(琢珪) 비구와 충청도 도판사로 재직 중이던 덕해(德海) 등의 후원으로 정우, 신원, 혜운(惠云), 지감(知甘), 혜영(惠英), 효립(孝立) 등 6명의 주종장이 참여하여 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무량사동종은 전체 높이가 107.5㎝이고, 입지름이 69.8㎝로, 17세기 전 · 중반에 제작된 동종 중에서는 크기가 큰 편이다. 전체적으로 짙은 검은색을 띠고 있어 크기에 비해 육중한 무게감을 준다. 종의 형태는 천판(天板)에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다가 중간에서 거의 수직에 가깝게 떨어져 종구가 좁아지는 모양을 보인다. 둥글게 높이 솟은 천판 위에는 한 마리 용이 음통(音筒)을 꼬리로 감싸는 전통형의 종뉴(鍾鈕)가 부착되어 있다. 천판 바로 밑에는 이중 원권(圓圈)을 갖춘 범자(梵字)를 두 줄로 부조하여 상단에는 육자대명왕진언(六字大明王眞言)을, 하단에는 파지옥진언(破地獄眞言)을 담았다. 원권 바로 밑에는 굵은 당초문 띠에 9개의 만개한 연꽃을 장식한 사다리꼴 연곽(蓮廓) 4개를 배치하였다. 그리고 연곽 사이사이에는 구름 위에서 두 손 모아 합장하거나 연꽃 가지를 손에 든 아름다운 보살 입상 3구를 세트로 장식하였으며, 그 아래 종신 중간과 종구에는 왕실의 안녕과 불법의 전파를 기원하여 “종도반석 왕도미륭 혜일장명 법주사계(宗啚磐石 王道彌隆 惠日長明 法周沙界)”라고 쓴 장방형 불패(佛牌)와 화려한 연화당초문(蓮花唐草文)을 장식하였다.
무량사동종을 제작한 정우와 신원은 17세기 전 · 중반에 활발하게 활동한 승려 출신 주종장이다. 현재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죽창(竹淐), 원응(元應)과 함께 안양 삼막사동종(1625년)을 제작하여 주종 활동을 시작하며, 이후 정읍 대복사동종(1635년), 부여 백련사동종(1636년 3월), 부여 무량사동종(1636년 5월) 등 총 3구의 동종을 독자적으로 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우와 신원이 제작한 동종의 종뉴는 음통을 갖춘 단룡(單龍) 또는 음통이 없는 쌍룡(雙龍)으로 형태가 일정하지 않다. 하지만 종신 상부와 하부에 부조된 원권의 범자(육자대명왕진언 및 파지옥진언), 사다리꼴 연곽, 구름 위에서 연꽃을 쥔 보살 입상, 왕실의 안녕과 불법의 전파를 기원하는 불패, 연화당초문 등의 패턴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 같은 시기에 제작된 동종 가운데 주종장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보은 법주사동종(1636년), 하동 쌍계사동종(1641년) 등이 동일한 양식을 보이고 있어, 이들 유파가 제작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무량사동종은 17세기 전 · 중반에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승려 주종장 정우와 신원이 함께 제작한 작품이다. 이들의 작품 양식은 17세기 중 · 후반을 대표하는 사인(思印)과 쌍벽을 이루며 활동한 태행(太行)에게 계승되고 있어 조선 후기 승려 주종장의 체계와 계보, 그리고 양식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