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현재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서운산에 위치한 청룡사 명부전에 봉안되어 있는 동종이다. 청룡사동종은 종신에 “강희 13년 갑인 4월 일 경기 안성군지 남면 서운산 청룡사 대종 800근 … 연화질 화원 사인 지준 태행 도겸 담연 청윤(康熙十三年 甲寅四月日 京畿安城郡地 南面 瑞雲山 靑龍寺大鍾八百斤 … 緣化秩 畵員 思印 智俊 太行 道兼 淡衍 淸允)”이라는 내용의 주종기(鑄鍾記)가 남아 있어, 1674년 4월 경기도 안성시 남면(현재 서운면) 서운산에 위치한 청룡사에서 사용하기 위해 사인을 비롯하여 지준·태행·도겸(道謙)·담연(淡衍)·청윤(淸允) 등 총 6명의 주종장이 제작에 참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청룡사동종은 전체 높이가 132㎝이고, 입지름이 90㎝로, 17세기 중·후반에 제작된 동종 가운데 규모가 상당히 큰 편에 속한다. 전체적으로 짙은 검은색을 띠고 있어 크기에 걸맞은 육중한 무게감을 보여 준다. 종의 형태는 천판(天板)에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다 중앙에서 종구까지 거의 직선으로 떨어지고 있어, 종구가 좁아지는 모양을 보인다. 둥글고 높게 솟은 천판 위에는 한 마리 용이 음통(音筒)을 꼬리로 감싸는 전통형의 종뉴(鍾鈕)가 부착되어 있고, 천판 바로 밑에는 육자대명왕진언(六字大明王眞言)과 파지옥진언(破地獄眞言)을 쓴 원권(圓圈)의 범자(梵字)를 2줄로 둘렀다. 그 아래에는 굵은 당초문 띠에 9개의 만개한 연꽃을 표현한 사각형 연곽(蓮廓) 4개를 배치하였으며, 연곽 사이사이에는 구름 위에서 연꽃 가지를 든 아름다운 보살 입상과 왕실의 안녕과 불법의 전파를 기원하는 “종도반석 왕도미륭 혜일장명 법주사계(宗啚磐石 王道彌隆 惠日長明 法周沙界)”라고 쓴 장방형의 불패(佛牌)를 부조하였다. 그리고 종구에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연화당초문(蓮花唐草文)을 전체적으로 둘렀다.
청룡사동종은 천판과 종구의 형태를 비롯하여 천판 위에 부착된 종뉴와 종신 상부와 하부에 부조된 원권의 범자, 정사각형의 연곽, 구름 위에서 연꽃을 쥔 보살 입상, 왕실의 안녕과 불법의 전파를 기원하는 불패, 연화당초문 등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사인과 태행이 공동으로 제작한 포항 보경사 서운암동종(1677년), 문경 김룡사동종(1670년 2월), 홍천 수타사동종(1670년 5월) 등에서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청룡사동종의 주종기에는 “연화질 화원 사인·지준·태행·도겸·담연·청윤” 등 제작에 참여한 주종장의 명단이 기록되어 있다. 순서가 사인, 지준, 태행 순으로 되어 있지만, 태행은 1667년 포항 보경사 서운암동종, 1670년 2월 문경 김룡사동종, 1670년 5월 홍천 수타사동종을 사인과 공동 제작하면서 수장(首匠) 역할을 한 인물이며, 지준은 1669년 서산 부석사동종을 원응(元應)과 함께 제작한 인물이자 사인과 태행의 선배 장인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안성 청룡사동종 제작에 참여한 사인, 지준, 태행 3명이 모두 우두머리 장인으로서 공동 작업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작품은 조선후기 우두머리 장인들이 공동 작업으로 동종을 제작하였음을 증명해주는 대표적 자료이며, 주종장 체계와 분업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도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