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자(墨胡子)는 신라에 불교를 전파한 승려이다. 혹은 흑호자(黑胡子)라고도 하는데, 묵호자나 흑호자는 승려 개인의 이름이라기보다는 그의 외모에서 기인한 이름으로 보인다. 우리말로 묵호자를 옮겨보면, ‘얼굴이 검은 외래인’ 정도로 풀이될 수 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의 기록에 따르면 묵호자는 눌지왕 때 고구려에서 신라의 일선군(一善郡)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묵호자는 그 고을 사람인 모례(毛禮)의 집에 있는 토굴에서 기거하였다. 이때 중국 남조의 양나라에서 사신을 보내 향과 옷가지 등을 전했는데, 왕과 신하들은 이것의 이름과 쓰임새를 알지 못하였다. 왕은 사람을 시켜 향을 싸 가지고 온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며 묻게 했다. 묵호자가 이것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것은 향이라는 것이며 태우면 향기가 짙어서 정성이 신성한 곳에까지 이릅니다. 신성한 것 가운데에는 삼보보다 더한 것이 없습니다. 만일 이것을 태워 발원하면 반드시 영험이 있을 것입니다.” 때마침 왕녀가 큰 병을 앓고 있었는데, 왕이 묵호자를 불러다 향을 피우고 기도를 드리게 하였더니 병이 곧 나았다. 왕이 크게 기뻐하며 후하게 사례하였는데 얼마 안 있어 사라져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한편, 신라의 소지왕 혹은 미추왕 때 시자 세 명과 더불어 모례의 집에 찾아온 아도의 모습이 묵호자와 비슷했다는 기록에 의거하면 아도라는 이름 역시 고유명사가 아니라 아두(阿頭) 즉 ‘머리카락이 없는 머리’를 뜻하는 승려를 지칭하는 말임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묵호자나 아도를 어느 한 명의 이름으로 고정할 수는 없다. 묵호자나 아도로 표현되는 미추왕 또는 눌지왕 때 입국한 인물은 인도에서 온 승려일 가능성이 크며, 이들은 각기 시대를 달리해서 신라에 들어온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