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방아에는 물이 떨어지는 힘을 이용하는 것과 흘러가는 힘을 이용하는 것의 두 가지가 있다. 앞의 것을 충청북도 음성에서는 ‘동채방아’, 뒤의 것을 ‘밀채물레방아’라고 하며, 같은 것을 경상북도 청도에서는 ‘밀방아’로 부른다.
동채방아의 바퀴는 방앗간 밖에 설치하나 밀채물레방아의 바퀴는 집안에 두는 것이 보통이다. 동채물레방아는 물의 낙차가 크면 클수록 힘을 더 얻는다.
일반적으로는 개울 옆에 도랑을 파서 물을 대지만, 이를 위한 보(洑:논에 물을 대기 위해 둑을 쌓고 흐르는 냇물을 가두어 두는 곳)를 따로 마련하는 곳도 있다. 보의 물은 농사철에는 농사에 쓰고 가을과 겨울에는 물레방아에 대므로 매우 효과적이다.
이 방아에는 대부분 방아틀을 한 대 걸지만, 물이 많은 데서는 좌우 양쪽에 두 대를 설치한다. 이 방아를 ‘양방아’(강원도 도계) 또는 ‘쌍방아’(전라남도 구례, 충청북도 음성)라고도 한다.
방아 굴대에 설치된 눌림대가 서로 다른 방향을 취하고 있어서 방아공이가 번갈아 가며 오르내린다. 재래식은 방아가 모두 나무이므로 궁글목 양끝처럼 닳기 쉬운 데는 끌로 파고 질이 단단한 박달나무 조각을 박아 둔다.
또, 마찰열을 낮추기 위해 수로 끝에 대나무로 만든 홈대를 달아 물이 이리로 떨어지도록 한다. 방아는 대체로 소나무로 만드나 공이와 같은 것은 단단한 박달나무를 쓰며 공이 끝에 쇠를 박기도 한다.
돌확은 땅에 묻는다. 바퀴의 물받이를 어떤 곳에서는 반으로 갈라서 물이 더 많이 실리도록 한다. 요즈음에는 동력만을 나무바퀴로 얻고 나머지 부분은 철제로 설비하며, 곳에 따라서는 바퀴 자체도 철제를 쓰기도 한다.
밀채물레바퀴의 구조는 앞의 것과 같으나, 다만 물레의 살과 살을 연결하여 너비 30㎝, 두께 5㎝ 정도의 널판을 가로 대 놓았다. 흐르는 물은 이 널판을 밀고 나가므로 이에 따라 물레가 돌아가는 것이다. 이 쌍방아로는 벼 한 가마를 찧는 데 한 시간이 걸린다.
물레방아는 흔히 마을에서 계를 모아 공동으로 세우며, 계원이 아닌 사람의 방아를 찧을 때는 삯을 받아 모았다가 수리할 때 쓰거나 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방아를 걸고 나서는 외다리방아에서처럼 고사를 올린다.
이 때 고사를 지내는 날까지 방앗간 입구의 좌우 양쪽에 붉은 흙 세 무더기를 쌓아 둔다. 이 흙의 붉은 기운이 잡귀를 막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방앗간 주위에는 새끼줄을 둘러서 잡인의 출입을 통제한다.
고사 때 올리는 축원의 내용은 외다리방아의 그것과 비슷하다. 고사를 지낸 뒤 주인집의 방아를 제일 먼저 찧는데, 이 때 곡물의 일부를 ‘방아몫’이라 하여 작은 항아리에 넣고 다락이나 시렁에 얹어 둔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햇곡식이 나오면 먼저 곡식을 꺼내고 새 곡식으로 갈아 넣는다.
가을에 안택(安宅)굿을 할 때도 방아몫단지 앞에 떡 한 켜와 정화수를 차려 둔다. 또, 어떤 집에서는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떡고사를 지낸다. 이렇게 해야 방앗간의 도깨비가 만족해서 방아 동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앗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금기를 지켜왔다.
① 방앗간의 비는 생리중인 여자가 깔고 앉으면 나쁘다. ② 임신부가 방아공이를 깔고 앉으면 나쁘다. ③ 방아로 만들어 쓴 나무는 화목(火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④ 액막이를 위해서 훔쳐 간 방아를 주인이 나서서 찾으면 해롭다. ⑤ 방아의 머리 쪽에 집안의 방문이나 조상의 무덤이 오도록 해서는 안 된다. ⑥ 방아고사는 반드시 해진 뒤에 지낸다.
한편, 물레방앗간은 매우 넓어서 방아를 찧는 것 외에 인가에서 거절당한 손님이 하룻밤 머물기도 하였고, 경우에 따라서는 마을의 반허락 아래 걸인들이 당분간 유숙하는 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