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61구 421자. 당시 사회 현실에 대한 반항적인 백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풍자성이 짙은 문학작품이다. 『남명집』 제1권에 실려 있다.
조식은 궁실의 광대, 여알의 성행, 세금의 과중, 사치의 지나침, 가렴주구의 성행, 형벌의 자행 등 6가지를 중요한 현실정치의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물이 배를 띄울 수도 뒤엎을 수도 있듯이, 백성도 임금을 추대할 수도 쫓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물을 떠나서는 배가 움직일 수 없듯이, 백성과의 관계를 떠난 임금은 존재할 수가 없다.
같은 물이라도 고요할 때가 있고 성낼 때가 있듯이, 백성들도 온순할 때가 있고 무서울 때가 있다. 그러므로 한 나라도 백성들에 의해서 세워지기도 하고 멸망되기도 한다. 국가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백성이다. 백성들의 마음을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 하는 것이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게 한다.
그러므로 백성들의 마음을 얻는 쪽으로 정치를 해나가는 것이 지배계급이 지켜야 할 대원칙인 것이다. 배를 저어가는 사람은 물이 위험하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 조심하지만, 한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은 백성의 마음을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소홀히 하여 업신여기게 된다.
임금이 이런 지경에 이르면, 백성들은 그들의 손에 있는 대권(大權)을 발동하게 된다. 하(夏)의 걸(桀), 은(殷)의 주(紂), 진(秦)의 호해(胡亥) 등이 백성들을 업신여기다가 백성들의 대권에 의하여 밀려난 예이다.
민심을 잘 파악하고 있는 임금에 대해서는 백성들이 잘 협조한다.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펴나가면, 백성들도 그 임금을 떠받들어 그 임금은 성군이 되고 그 나라는 융성한다고 하였다.
조식은 「민암부」에서 당시 전제군주체제에서는 임금에게 무조건 순종하는 것을 충(忠)이라고 생각하던 보편적인 관념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철저한 민본사상(民本思想)을 나타내었다.
이러한 민본사상은 맹자(孟子) 이래로 유가에서 전해내려온 사상이다. 「민암부」에서는 민본사상을 더욱 더 강조하고 주장하여, 현실정치의 모순을 지적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민에게서 찾아, 백성을 기반으로 한 공도론(公道論)을 주장하여 16세기 사림파 세력의 입지점을 넓혔다. 이러한 사상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진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