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된 이본 중에는 ‘박타령’이란 제목 외에 ‘박흥보가(朴興甫歌)’라는 표제를 달고 있는 것도 있다. 이러한 제목의 상이(相異)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동일하다. 간혹 미세한 자구의 차이만 보일 뿐이다.
「박타령」은 판소리로 불리는 작품 중에서 판소리 창자가 향유한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작품인 「흥보가」의 성격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재효가 개작하여 정착시킨 판소리 사설에는 상층 문화를 지향하는 성격과 하층 문화로 복귀하는 성격의 이중성이 드러나고 있는데, 「박타령」은 하층문화로 복귀하는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놀부의 악을 징벌하기 위해서 놀부 박에 등장하는 인물의 언동은 매우 저속하지만 발랄한 느낌을 주고 있다. 또 흥부라는 인물을 형상화함에 있어서도, 그의 아내를 학대하는 일면을 설정함으로써 훨씬 현실적인 인물로 재창조하였다.
이것은 판소리를 공연한 주체들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신재효의 문화의식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는 「남창 춘향가」나 「토별가」에서 양반 사대부들의 문화를 긍정하는 그의 태도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박타령」에도 신재효 판소리 사설의 전반적인 성격의 하나인, 독서물로 전환시키는 기록문학적 성격이 드러나고 있다. 이 점은 신재효의 「박타령」 일부를 수용한 판소리 창본에서 소리하기에 적합하도록 문장의 길이와 짜임이 재편성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이 작품의 상당한 부분이 이날치(李捺致)의 창본에 수용되어 김제 지방의 김이수(金二洙)라는 창자에게 전승되었다. 또 이날치와 이종 간이었던 김창환(金昌煥)에게도 일부 수용되었고, 김정문(金正文)에게도 일부 수용되었다.
성두본(星斗本)을 영인한 자료와 주석을 달고 이본 간의 차이를 표시한 자료가 출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