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음(反音)·번절(翻切)이라고도 한다. 어떤 글자 A의 독음을 표시하기 위하여 A와 성모(聲母)가 같은 한 글자 B를 취하고, 다시 A와 운모(韻母)가 같은 또 다른 한 글자 C를 취하여 ‘A BC反’ 혹은 ‘A BC切’과 같이 표시하였던 방법을 이른다.
예를 들면 ‘東 德紅反’ 혹은 ‘東 德紅切’과 같이 ‘동(東)’의 발음을 표시하기 위하여 ‘덕(德)’과 ‘홍(紅)’을 나란히 써놓고 ‘덕(德)’에서 성모 /t/만 취하고 ‘홍(紅)’에서 운모 /uŋ/만 취하여 그 둘을 합쳐서 /tuŋ/이 된다는 뜻으로 ‘절(切)’을 밑에 붙여놓은 것이다.
반절 가운데서 ‘덕(德)’과 같이 성모를 표시하는 글자를 반절상자(反切上字)라 하며 ‘홍(紅)’과 같이 운모를 표시하는 글자를 반절하자(反切下字)라 하고, ‘동(東)’과 같은 자리에 놓이는 글자를 반절귀자(反切歸字)라 한다.
우리 나라에 있어서의 반절의 수용(受容)이나 연구가 어느 시기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어느 정도였던가에 대하여는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이에 대한 최초의 언급은 『동국정운(東國正韻)』 서문에서가 아닌가 한다.
“예사로운 스승과 보통 선비들은 반절법도 모르고 유섭(紐攝)의 요지에도 어두워서, 널리 쓰는 속음을 채집하고 많은 전적을 참고해서, 널리 쓰는 음을 근본으로 삼고 옛날 운서의 반절에도 맞추어……고금의 운서와 운도에는 음화·유격(類隔)·정절·회절 등 그 법이 매우 소상하거늘……” 이들 언급은 비록 짧은 것들이기는 하나, 당시의 반절연구에 대한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절은 훈민정음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쓰인 일이 있었다. 『훈몽자회(訓蒙字會)』범례에는 ‘언문자모속소위반절(諺文字母俗所謂反切)’이라는 것이 있고,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도 이와 같이 부른 예를 볼 수 있다.
이는 훈민정음이 초·중·종 삼성을 합하여 한 글자를 이루게 되었던 사실과 결부되어 붙여진 이름일 듯 하며, 좀 내려와서는 초성·중성을 합쳐 만든 11자 14행의 작자표(作字表)를 흔히 반절표라 불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