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은 곤충 가운데서 가장 큰 무리로서 세계에 10만 종 이상이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2배가 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몸길이 1㎜ 이하의 좀벌에서 70㎜가 넘는 대모벌까지 있다.
개미 이외에도 암컷에 날개가 없는 벌이 얼마든지 있지만, 일반적으로 막질로 된 네 날개를 가지는데, 앞날개와 뒷날개는 시구(翅鉤)의 열로 연결되어 하나로 작용한다.
6개의 다리와 더불어 활발한 운동을 하는 데 적합하다. 입틀[口器]은 물고 핥고 빨아먹는 데 적합하다. 광요아목(廣腰亞目)에서는 배부가 가슴부와 같은 너비로 이어져 있다. 세요아목(細腰亞目)에서는 배부 제1마디가 가슴부에 유착되어 전신(前伸)배마디가 되어 제2마디와의 사이가 강하게 잘록해져서 많은 경우에 제2마디는 가는 배자루가 되어 있다. 따라서 뒷배부, 즉 배부의 운동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 광요아목의 벌은 식물조직 속에 송곳 모양 또는 틀 모양의 산란관으로 알을 낳고, 그 유충은 그 조직을 먹기 때문에 재(材) 속에서는 하늘소의 유충 모양으로, 잎 위에서는 나비 유충 모양으로 이동하는 데 적합한 형태를 가진다. 세요아목 유추류는 대부분이 기생생활을 하므로 어미벌레는 기주(寄主)가 되는 벌레의 체외 또는 체내에 산란한다.
따라서 산란관은 어떤 것에서는 대단히 길며 다소 날카롭게 되어 있어서 지주가 숨어 있는 구덩이나 둥지 또는 고치의 외부로부터 관통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 어떤 것에서는 기주의 몸에 직접 붙어서 찌를 수 있게 짧고 한층 날카롭게 되어 있다. 체외기생인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지만, 체내기생인 경우에는 기생벌의 유충에는 기주의 체내에서 호흡을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체외·체내 어느 경우의 기생벌이라도 유충은 먹이가 되는 기주의 몸위 또 몸속에 있으므로 스스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 유충은 눈이 없고 다리도 없으며, 몸은 십수 마디로 되어 있고, 머리부에 입틀만이 잘 발달되어 있다. 이러한 유충의 형태는 유검류인 사냥벌이나 꽃벌인 경우에도 그러하다. 벌의 번데기는 모두 나웅이다.
벌의 알은 유검류에서는 거의가 소시지 모양이며, 그 중에는 감탕벌류와 같이 뒤쪽 끝에 가는 끈이 있어서 매달리게 된 것도 있고, 길고 짧거나 앞끝이나 뒤끝 중의 어느 쪽이 가늘거나 하는 정도이다. 유추류의 알은 대단히 다양하며, 특히 기주의 체내에 낳는 알에는 기묘한 모양을 한 것이 있다. 그러나 분류상의 각 무리에서는 대략 같은 모양이다.
예를 들면, 고치벌과의 알에는 올챙이 모양이 많고, 좀벌레의 알에는 호리병박 모양이 많다. 잎벌류의 알에는 신장형으로 편평한 것이 많다. 알의 빛깔은 보통 유백색이거나 담황색인데 잎벌류의 알은 청록·황록·홍·자색 등이 있고, 맵시벌에는 흑색 알도 있다. 어미벌레의 몸 크기와 비교한 알의 크기는 산란 수와 반비례관계에 있고, 기생벌과 같이 알의 소비가 많은 경우일수록 소형의 알을 낳는다.
반대로 거대한 알은 호박벌류에서 볼 수 있고, 대나무호박벌의 일종의 알은 길이 16.5㎜, 지름이 3㎜나 되며, 일생 동안 겨우 8개밖에 낳지 않는다.
벌의 몸 구조는 곤충의 다른 목에 비해 생활을 적극적으로 활발한 행동으로 해나갈 수 있게 되어 있고, 먹이 선택이나 생활양식이 모두 다양하다. 더욱이, 그 진화의 자취를 추정할 수 있을 만큼 오래된 것에서 새로운 것까지 생활양식이 연속되어 현생종 속에 잘 보존되어 있다.
그것들을 개관하면 벌의 생활은 먹이에서는 식물을 먹는 다른 곤충, 또는 거미의 기생자로서의 생활을 거쳐 그것들의 사냥꾼생활로 전전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식물식으로 되돌아오는데, 이때는 식물의 미량생산물인 꽃가루와 꿀만을 먹는 생활로 되어 있다. 출발점에서의 식식성은 송곳벌·잎벌 등에서, 기생성은 벌레살이송곳벌·맵시벌·좀벌 등에서, 수렵성은 사냥벌에서, 식화분성은 꽃벌류에서 볼 수 있다.
벌의 생활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 진화는 어미벌의 자손보존노동, 즉 모성노동의 진화이기도 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모성노동의 진화는 단독성으로부터 가족성으로의 진화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냥벌이나 꽃벌은 암컷 1마리가 집을 만드는데, 진화가 진척된 것에서는 어미벌이 집을 짓기 시작할 무렵에는 1마리이지만, 산란을 하지 않는 딸벌들의 도움을 받아 가족생활을 시작한다. 이것은 사회성이라고 하는 현상이며 3과에서 독립적으로 완성되었다. 말벌과에서는 쌍살벌이나 말벌, 꿀벌과에서는 띠호박벌·꿀벌이 가족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