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은 『주역』의 복희팔괘와 64괘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음과 양이 처음 중첩되어 이루어지는 네 가지 형상이다. 또는 이 네 가지 형상이 상징하는 자연의 네 가지 원소나 그 변화 상태를 가리킨다. 『주역』 계사전에서 “역(易)에 태극이 있으니 양의를 낳고 양의는 사상을 낳고 사상은 팔괘를 낳는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팔괘가 형성되는데 태극, 양의, 사상의 단계를 거친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음양의 작용으로 생겨나는 사상은 춘·하·추·동의 사계절, 수·화·목·금의 4원소, 태음·태양·소음·소양 등으로 표현된다.
사상이라는 용어가 처음 보이는 곳은 『주역』의 계사전(繫辭傳)이다. 즉, “역에 태극이 있으니 양의를 낳고 양의는 사상을 낳고 사상은 팔괘를 낳는다(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라고 하여 팔괘가 태극 · 양의 · 사상의 단계를 거쳐 형성됨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역에 사상이 있음은, 보이고자 하는 것(易有四象 所以示也)"이라고 하여 사상이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자연 현상을 상징함을 언명하였다.
이 두 가지 의미, 즉 팔괘 형성의 한 단계로서의 사상과 자연 현상의 상징으로서의 사상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은 “대연의 수는 오십인데 사십구만을 쓴다. 사십구를 둘로 나눔은 둘[兩]을 상징함이고, 하나를 걸음은 셋을 상징함이고, 넷으로 나눔은 사시(四時)를 상징함이다…”라는 말이다. 이는 설시(揲蓍)하여 괘를 구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으로서, 쉰 개의 시초(蓍草) 중에서 하나를 제외한 마흔아홉 개를 임의로 둘로 나누고, 이것을 각각 넷으로 나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이 과정에서 처음부터 쓰이지 않는 하나의 시초를 태극, 마흔아홉 개를 둘로 나눔을 양의, 그리고 그것을 각각 넷으로 나눔을 사상이라고 한다. 여기서 “넷으로 나눔은 사시를 상징한다”라는 말은 사상의 과정이 곧 자연 현상에 있어서의 사계절의 변화를 상징한다는 뜻이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사상은 본래 점서(占筮)에 있어서 시초에 의한 점법에 나타나는 과정의 하나인데, 여기에 태극 · 양의 · 사상이라는 일종의 철학적 개념, 즉 존재의 근원과 자연 현상에 대비하는 사상(思想)으로 발전된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사상의 개념은 시대의 변천과 각 시대의 주도적 사상에 의해 변화, 발전되었다. 중국 한대의 상수학자(象數學者)들은 월령(月令)과 납갑법(納甲法), 오행설(五行說) 등에 의해 일종의 과학적, 자연 철학적인 해석을 했다.
예컨대, 우번(虞翻)이 “사상은 사시(四時)이다. 양의는 건곤(乾坤)이다. 건괘의 이효와 오효가 곤괘로 가서 감(坎) · 이(離) · 진(震) · 태(兌)를 이룬다. 진은 봄, 태는 가을, 감은 겨울, 이는 여름이며, 그래서 양의가 사상을 낳는다고 한다”라고 말한 것, 맹희(孟喜)와 경방(京房)이 괘기설(卦氣說)에 의해 사상을 사시로 보고 여기에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 오행 등을 배합한 것, 『건착도(乾鑿度)』의 팔괘방위설(八卦方位說) 등이 그것이다. 당나라의 공영달이 사상을 금(金) · 목(木) · 수(水) · 화(火)라고 한 것도 오행설에 입각한 것이었다.
전국시대 이래의 오행설에서 탈피하여 사상에 대한 독창적인 자연 철학을 수립한 인물은 송대의 소옹(邵雍)이다. 소옹은 철저히 『주역』의 계사전을 계승, 발전시켰다. 계사전의 음양 · 동정(動靜) · 강유(剛柔) · 천지(天地)의 개념과 그 철학에 입각하여, “천은 동, 지는 정에서 생겨났고, 동과 정이 교차하여 천지의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전제하고, “동이 시작되어 양 · 동이 극하면 음이 발생하며 정이 시작되어 유 · 정이 극하면 강이 발생한다”고 하여, 동에서 천의 음양 운동이 발생하고 정에서 지의 강유 변화가 발생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동이 큰 것은 태양(太陽), 동이 작은 것은 소양(少陽), 정이 큰 것은 태음(太陰), 정이 작은 것은 소음(少陰)이라 한다”고 하여 물질 운동의 상반된 양면인 동과 정, 그리고 운동의 정도를 태 · 소로 구별하였다. 일반적으로 사상을 태양 · 소양 · 태음 · 소음이라고 하는 것은 여기에 연유한다.
소옹은 지의 사상을 태강 · 소강 · 태유 · 소유라 하여, 천지의 변화를 각각 네 가지로 구별하고 여기에 구체적인 자연 현상을 분속시켰다. 즉, 태양은 해[日] · 더위[暑], 소양은 별[星] · 낮, 태음은 달[月] · 추위[寒], 소음은 별[辰] · 밤이라고 하고, 태강은 불[火] · 바람, 소강은 돌[石] · 우레[雷], 태유는 물[水] · 비[雨], 소유는 흙[土] · 이슬[露]이라고 하였다.
천의 해 · 달 · 별(星과 辰)이 작용하여 더위 · 추위 · 밤 · 낮의 변화가 발생하고, 지의 물 · 불 · 돌 · 흙이 작용하여 비 · 바람 · 우레 · 이슬의 자연 현상이 있게 된다는 것이다. 소옹은 사상에 의한 자연 현상의 분류를 하도(河圖) · 낙서(洛書)의 선천 · 후천 도수에 배합하기도 하였다.
주희는 『역학계몽(易學啓蒙)』에서 소옹의 선천 · 후천 도수와 오행설을 결합하여 태양은 9, 소음은 8, 소양은 7, 태음은 6이라고 하였고, 각각 수 · 화 · 목 · 금에 배합하였다. 이와 같이 사상은 중국 철학사에 있어서 오행설과 역학의 상수론(象數論)에 의해 해석되어, 자연과 인간을 철학적 ·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데 바탕이 되었다.
『주역』에 대한 연구가 심화된 조선조에서도 사상에 대한 연구가 보인다. 서경덕(徐敬德)은 소옹의 학설을 계승하여 “천에는 사신(四辰 : 日 · 月 · 星 · 辰)이 있고 ……일월성신은 천에서 상(象)을 이루고 수화토석은 지에서 질(質)을 이룬다”라고 하였다. 그의 『온천변(溫泉辨)』 · 『성음해(聲音解)』에는 사상론에 입각한 철학적 · 과학적 사유가 잘 나타나 있다.
이황(李滉)은 『계몽전의(啓蒙傳疑)』에서 주희의 『역학계몽』에 보이는 사상에 관해 더욱 심도 있는 설명을 하여 『황제내경』의 운기론(運氣論)과 『황극경세서』의 이론 등을 자세히 분석하였다. 특히, 납갑(納甲) · 비복(飛伏) · 점서 등에 대한 제가(諸家)의 이론을 도상화하여 분석한 점이 특징이다.
즉, 사상을 오행 · 월령 · 간지 · 점서 · 방위 · 하도 · 낙서 등에 배열하여 전국시대 이래의 모든 자연 철학을 총괄했는데, 이러한 연구는 장현광(張顯光)에 이르러 더욱 심화되었다. 장현광의 문집인 『여헌선생문집(旅軒先生文集)』의 성리설과 역학도설(易學圖說)은 이전의 모든 역설(易說)을 총망라하여 세밀하게 분석하였다.
『주역』의 상수학적 관심에서 일단 벗어나 고전의 본래적 의미로 이해할 것을 주장하는 고증적 방법으로 사상을 연구한 학자로서 정약용(丁若鏞)을 들 수 있다. 그는 『주역사전(周易四箋)』에서 “사상이란 사시의 상이다. 천이 밖에서(지를) 감싸고 일 · 월이 운행하고, 천 · 지 · 수 · 화의 기가 그 사이에서 항상 운동한다”, “사시는 십이벽괘(十二辟卦)이다”, “(사상의) 사는 천 · 지 · 수 · 화가 체질이 각각 나뉘고 위차(位次)에 차등이 있음이다. ……천과 화가 함께하여 뇌(雷)와 풍(風)이 생겨나고, 지와 수가 어울려 산(山)과 택(澤)이 이루어진다”라고 하여, 사상을 사계절의 변화와 팔괘를 생성하는 네 가지의 기로 해석하였다.
그리고 우번, 정현(鄭玄)이 사상을 남녀장소(男女長少), 수 · 화 · 목 · 금으로 해석한 것을 비판하였다. 조선 말기의 의학자인 이제마(李濟馬)의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은 사람의 체질(體質)을 사상으로 분류하여 치료한 독창적인 의서이다. 사상의 의학적 연구 성과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