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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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64괘 증 52번째에 있는 유교기호. 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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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주역』 64괘 증 52번째에 있는 유교기호. 괘명.
개설

복희팔괘(伏羲八卦)·문왕팔괘(文王八卦) 중의 하나에 속한다. 괘상(卦象)은 ☶과 □인데, 앞의 것은 복희팔괘·문왕팔괘에서의 상이며, 뒤의 것은 64괘에서의 상이다.

내용

간괘는 문왕팔괘방위지도(文王八卦方位之圖)에 의하면 동북방에 위치하며 괘사(卦辭)·효사(爻辭)·단전(彖傳)·상전(象傳)·설괘전(說卦傳)·서괘전(序卦傳) 등에 의해 다양한 의미를 갖는데, 간괘는 그 방위와 의미에 의해 한국 사상에서 독특하게 해석된다.

정몽주(鄭夢周)는 “자세히 간괘 6획을 보니 『화엄경』을 읽은 것보다 좋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간괘의 괘사와 단전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송대(宋代)의 역학가들은 괘사와 단사를 망아(忘我)·무아(無我)·무욕(無欲)·시중(時中) 등의 유가(儒家)의 도덕 실천의 의미로 해석하였다. 정몽주의 시는 유가와 불가가 대립하던 고려 말기의 상황에서 그가 송학(宋學)을 수용하고 송대의 역학가들의 해석에 입각해 유가의 학문이 불가를 능가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술회한 것으로 이해된다.

승려인 득통(得通)은 『현정론(顯正論)』에서 “역에 이르기를 ‘무아·무인이면 무슨 허물[咎]이 있겠는가?’라고 했으며, 부처도 말하기를 ‘무아·무인으로 일체의 선법(善法)을 닦으면 보리(菩提)를 얻으리라.’고 했으니, 이것은 성인(聖人)이 시대를 달리했어도 그 마음은 같기 때문이다.”라고 하며, 간괘에 대한 송학적 해석에 입각하여 유가와 불가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조선조의 유학자들의 간괘에 대한 이해는 대부분 송학의 역설(易說)을 그대로 답습했는데, 그 틀을 벗어난 학자로 정약용(丁若鏞)을 들 수 있다. 정약용은 실학·고증학의 학풍에 의거하여 송대 이전의 역학설과 방법론에 의한 해석을 시도하였다.

그는 서괘전·잡괘전에 의거해 간을 그침[止]의 의미로 파악했다. 간괘의 모양[象]이 형성되는 과정과 상(象) 자체(自體), 그리고 설괘전의 간괘에 대한 설명 등에 의거해 간의 의미가 그침이 되는 이유를 밝히고, 괘사나 단사·효사 등 사(辭)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이아(爾雅)』 등 고전을 통해 글자나 단어의 본래 의미를 파악하고 한대(漢代)의 역학을 수용하여, 특히 괘변(卦變)·지괘(之卦)의 설에 의한 해석을 시도하였다. 정약용은 간괘 단사의 의미를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은둔하는 군자로 해석했는데, 이것은 송유의 해석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라고 하겠다.

간괘와 관련하여 조선조 후반기에 발생한 한국인만의 독특한 사상으로 후천사상(後天思想)을 들 수 있다. 즉, 문왕팔괘와 낙서(洛書)를 선천으로 보고, 이 선천의 시대가 지나 장차 후천시대가 도래하며, 그 시대의 주역이 한민족이라는 사상이다.

설괘전에 “만물을 마치고 만물을 시작함에 간이 가장 왕성하다.”, “간에서 말을 이룬다.”, “간은 동북의 괘이다.” 등의 말이 보이는데, 우리나라가 동북방에 위치하므로 곧 간방(艮方)이라고 본다. 그리고 간방은 만물을 마치고 시작하는 곳이므로 선천시대가 끝나고 후천시대가 시작되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사상은 복희팔괘·문왕팔괘·하도(河圖)·낙서와 『주역』의 십익(十翼)에 대한 독특한 해석에 의해서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는, 『정감록』·『격암유록』 등의 비결과 관련하여 마치 불교에서 미륵불의 이상세계의 도래를 신앙하는 것과 유사한 민간 신앙의 차원에서 형성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사상은 역학에 대한 진지한 연구의 성과로 발표되기도 하였고, 단지 민중을 현혹하는 사이비 종교에 의해 이용되기도 하였다. 역학의 차원에서 발표된 것으로는 조선조 말기에 이루어진 김항(金恒)의 『정역(正易)』이 있으며, 조선조 말기에서 일제 강점기에 특히 사이비 종교에 의해 이용되기도 하였다. 이 사상은 지금도 역학의 차원과 종교의 차원에서 저서·논문이 발표되고 있으며 일부의 종교 집단에 의해 원용되고 있기도 하므로 역학가의 진지한 연구가 기대된다.

참고문헌

『주역전의대전(周易傳義大全)』
『포은집(圃隱集)』
『현정론(顯正論)』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정역(正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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