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震)은 우(雨)와 진(辰)의 합성어로서 우뢰가 쳐서 사물을 진동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글자다. 진괘는 아래에 있는 양기가 지면(地面)의 음기를 뚫고 나오는 모습을 본뜬 것이다.
우뢰가 칠 때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고대인은 우뢰를 신의 분노로 믿었다고 한다. 그런데 진괘의 괘사에 보면 “우뢰가 올 때에 두려워 하면 담소하는 것이 즐거울 것이니, 우뢰가 백리를 놀라게 함에 비창(匕鬯 : 솥에서 삶은 제물을 꺼내는 수저와 땅에 부어 심을 강림하게 하는 창금주)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고 하여 우뢰를 두려워하면 즐거움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단전(彖傳)」에서도 “‘우뢰가 올 때에 두려워한다’는 것은 두려워해 복을 이루는 것이다.”고 해석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 구절은 유교 수양론의 기저를 이루는 이른 바 계신공구(戒愼恐懼)를 말한 것이다. 경계하고 삼가고 두려워하고 위태로워 하는 태도로서 임하면 어떠한 위험과 고난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대상전(大象傳)」에서 “중첩된 우뢰가 진괘이니, 군자가 괘상을 본받아 써서 두려워하고 위태로워 하여 몸을 바르게 닦고 잘못을 반성한다.”고 한 것은 이 점을 밝힌 것이다.
‘계신공구’는 경(敬)의 원형으로서 인간이 절대자 앞에 섰을 때 느끼는 원초적 정감이다. 그러므로 괘사에서 “우뢰가 백리를 놀라게 함에 비창(匕鬯)을 잃어버리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이 구절은 「단전」에서 “(태자가 왕위를) 계승해 종묘사직을 지켜 제주(祭主)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와 같이 진괘인 장남이 조상신과 토지 및 곡식의 신에게 제사드리는 것을 말한 것이다.
성(誠), 경(敬) 등 유교 수양론의 핵심 개념들은 종교적인 신앙적 태도에 그 연원을 두고 있는 것을 진괘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