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학 ()

동의수세보원
동의수세보원
의약학
개념
사람들을 체질적 특성에 따라 태양 · 태음 · 소양 · 소음의 네 유형으로 나누고 그에 따라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학문. 사상인변증론.
이칭
이칭
사상인변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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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사람들을 체질적 특성에 따라 태양 · 태음 · 소양 · 소음의 네 유형으로 나누고 그에 따라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학문. 사상인변증론.
개설

이제마(李濟馬)가 1894년(광무 31)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서 처음으로 창안, 발표하였다. 본래 사상이라는 어휘는 『주역(周易)』에 나온 말로서, 태극은 음양을 낳고 음양은 사상을 낳는다고 한 데서 유래된 것이다. 사상은 태양(太陽)·태음(太陰)·소양(少陽)·소음(少陰)으로 분류되어 이를 체질에 결부시켜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으로 구분하였다.

그래서 각기 체질에 따라 성격, 심리상태, 내장기의 기능과 이에 따른 병리·생리·약리·양생법과 음식의 성분에 이르기까지 분류하여 이를 사상의학 또는 사상체질의학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은 생리적으로 네 가지 체형(體形)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반드시 내장기(內藏器)의 대소(大小)·허실(虛實)이 상대적으로 결정되어 있다.

태양인은 폐(肺)가 크고 간(肝)이 작으며, 태음인은 간이 크고 폐가 작은 체질이요, 소양인은 비(脾)가 크고 신(腎)이 작으며, 소음인은 신이 크고 비가 작은 체질이다.

이와 같은 체질에 대한 논의는 그 연원이 오래되어 서양에서는 히포크라테스시대부터, 동양에서는 내경시대(內經時代)로 거슬러 오르게 된다. 고대 그리스철학의 우주구성이 화(火)·수(水)·풍(風)·토(土)의 네 요소로 되었다는 원리에서 인체형성에도 혈액·점액(粘液)·담즙(膽汁)·흑담즙(黑膽汁)의 사액체(四液體)로 구성되었다고 본 것이 히포크라데스의 체액병리설(體液病理說)이다. 이를 기초로 하여 갈레노스는 기질설(氣質說)을 발표함으로써 심리학 분야에서 응용해 왔다.

기질설에서는 다혈질·담즙질·우울질·점액질로 분류하였는데, 다혈질은 온정적이요 정서적이며 명랑하고 사교적이지만 흥분을 잘하며, 담즙질은 인내심이 적고 정서적이요 흥분을 잘하고 단기(短氣)지만 용감하고 객관적인 사고를 하며, 우울질은 인내심이 강하고 지속적이며 우울하고 보수적이며 주관적이고, 점액질은 냉담하고 고집이 세며 감정이 느리고 조용하며 인내심이 강하고 부드러운 데가 있다.

다시 사기질(四氣質)의 특성에는 다혈질에는 실업가가 많고, 우울질에는 학자가 많고, 담즙질에는 영웅·호걸·충신이 많고, 점액질에는 종교가·도덕가가 많다고 하였다.

현대의학에서는 참출체질(渗出體質)·과민체질·무력체질·임파체질·알레르기체질 등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체질은 유전적으로 성립되고 환경에 따라서 서서히 변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본래의 체질은 형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유기 총화를 이루고 있어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절대 지배적이라 하였다.

또, 동양에서는 『황제내경(皇帝內經)』 영추(靈樞) 통천편(通天篇)에 사람의 체형을 오행(五行)에 결부하여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음양화평인(陰陽和平人)으로 분류하고, 다시 개체를 5×5=25행으로 나누어 신체의 피부색깔과 머리의 모양·안면·견배부(肩背部)·흉복부·수족·신체동작·성격·생활태도와 일반적 경향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분류하였다.

5태인(五態人)의 성격구조를 대략 설명하면, 목형(木形)은 느리지만 강인한 데가 있고 행동적이요 감정은 노(怒), 화형(火形)은 경쾌하고 활동적이며 명랑하고 현실적이고 감정은 희(喜), 토형(土形)은 침착하고 사고를 깊이 하며 매우 사교적이고 감정은 사려(思慮), 금형(金形)은 예리하고 이론적이며 치밀하고 결단력이 있으며 감정은 비우(悲憂), 수형(水形)은 정적이요 이성적이며 감동적이고 감정은 경공(驚恐)이라 하였다.

계절적으로 보면, 목·화형은 봄과 여름에는 강해도 가을과 겨울에는 심히 약하며, 반면에 토·금·수형은 가을과 겨울에는 강해도 봄·여름에는 심히 약하다고 한다.

그리고 각 형의 장단점을 들면, 목형은 행동적인 반면에 융통성이 적고 느리며, 화형은 빠르고 활동적이며 관찰력이 빠르지만 사고력이 적고 침착하지 못하며, 토형은 온후하고 침착하게 모든 일에 심사숙고하며 관찰력이 빠르고 상식적이긴 하지만 결단력이 약하다.

금형은 예리하고 조리정연한 이론을 전개하고 확고한 신념을 갖는 반면에 추상적이요 관념적이며 아는 체하고 속단을 잘 내리며 냉정하고 무미건조 할 때가 있다. 수형은 깊이 생각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며 본능적 경향이 있고 다정다감한 온정이 있는 반면에 실천력이 약하고 의뢰심이 많다.

대개 이상과 같이 설명되었는데, 이제마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논평하였다. “내경영추 중에 태소음양(太少陰陽) 오행인론(五行人論)이 있으나 이는 대략 외형만을 말하였을 뿐이고 장부(臟腑)의 이치에 대하여서는 깨닫지 못하였다. 대개 옛날 사람들이 일찍이 태소음양인에 대하여 본 바는 있으나 자세하게 연구하지 못하였다.”라고 하였다.

사람의 심성(心性)에는 본질적으로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발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발동하기 이전의 상태를 천부적인 성(性)이라 표현하고, 심성의 희로애락이 이미 발동하게 될 때는 정(情)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그래서 정이 발동되어 장부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대소허실(大小虛實)이 이루어진다고 함이 사상체질론(四象體質論)의 요체이다.

이제마가 사상체질을 창안하게 된 것은 자신이 오랜 신병을 앓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는 해역증(解㑊症)과 열격반위증(噎膈反胃症)이라는 병증세가 있었는데 『내경』에 해역증은 상체(上體)는 완건(完建)한데 하체(下體)가 무력하여 오래 행보(行步)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겉으로 보기에는 이상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또 아프거나 열이 있거나 혈액순환이 안되는 것도 아닌데 다만 허리에서부터 하지가 무력할 뿐이다.

원인은 간신(肝腎)의 기능이 허손(虛損)되어 생긴 것이니 맥상(脈狀)이 느리고 삽(澁)한 상태로 나타난다. 맥상이 느린 것은 열이 중초(中焦)에 맺혀 있는 관계요, 맥상이 삽한 것은 망혈(亡血)이니, 즉 피를 공급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증세는 다른 체질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며 오직 태양인 체질에만 있는 특유의 병증이라고 하였다. 또, 열격(噎膈)·반위(反胃)는 그 증세가 달라도 원인이 같으니 소장(小腸)에서 기운이 막혀서 생긴다고 하였다.

열격은 음식물을 먹은 즉시로 토해 내는 것이요, 반위는 열격증보다 완만하여 아침에 먹은 것은 저녁에 토하고 저녁에 먹은 것은 아침에 토해 내는 것이라 하였다.

이 병의 원인은 태양인이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거나 분노와 비애를 자주 일으켜서 간신의 기를 상하게 함으로써 생긴 것이니, 『황제내경』에서는 음기(陰氣)와 양기(陽氣)가 조화를 이루지 못함으로써 생긴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해역이나 열격반위증을 막론하고 태양인의 병을 치료하는 데는 약도 약이지만 먼저 담백한 음식만을 먹어야 하고, 또 비애와 분노 같은 정신감동을 자제해야 한다.

이제마는 이 두 가지 병을 앓은 경험이 있어서 많은 의서를 탐독하게 되었고, 고전에 의거한 여러 가지 약을 써 왔으나 병이 낫지 않으므로 여기서 사람은 각기 체질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상의학의 철학적 배경

사상의학은 기초이론을 역리(易理)에 두고 있다. 역리에는 태극은 음양을 낳고 음양은 사상을 낳는다고 하였으며, 사상은 태양·소양·태음·소음의 넷으로 분화되었다.

그러므로 사상이란 곧 음양이요 사상철학이란 곧 음양철학인 것이다. 사상설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음양의 대대원리(對待原理)가 그 기저(基底)를 이루고 있는 점이고, 또 하나는 우주론적으로 삼라만상을 태소음양(太少陰陽)의 사원구조적 원리(四元構造的原理)로 설명하고 있는 점이다.

이와 같이, 사상설적 사원구조로서 인체생리·병리, 나아가서는 인간의 윤리적 심성에 이르기까지를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사상설적 인간학이다.

본래 사상철학이 역리에서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사상의 재분화인 8괘는 한마디도 언급한 바 없고 오직 태극·음양사상의 사원론적 범주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사상인은 존재할지언정 팔괘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팔괘를 기피한 사상철학은 분사귀일(分四歸一)의 묘리가 있으니 분사란 음양이 넷으로 나누어져 있음을 의미하고, 귀일이란 음양이 다시 태극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철학에서 회사귀일(會四歸一)이라 하였다.

그 이유는 분사의 사상은 분화에 그치지 않고 회사에 의하여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 귀일의 묘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극은 음양으로 분화되고 음양은 사상으로 분화되지만 사상은 다시 음양을 통하여 태극에 귀일하는 것이 사상철학의 원리인 것이다. 여기서 이제마의 사상철학이 대종교(大倧敎)의 교리에서 말하는 회삼귀일의 사상과 일치하는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대종교의 귀일사상을 중국의 이일분수(理一分殊)나 음양설적 이원론(二元論)을 극복하고 이루어진 한국적 사유양식인 ‘한(恨)’사상이 기본원리라 한다면, 이제마의 회사귀일의 ‘한’사상도 역리의 분화사상을 극복한 한국적 창의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중국철학, 즉 송대철학의 토양에서 자생한 역리이지만 이를 한국적 ‘한’철학으로 재생시킨 ‘한’철학이야말로 이제마의 사상철학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문왕팔괘(文王八卦)나 복희팔괘(伏羲八卦)에서도 소홀히 다룬 사상을 우주론적 입장에서 사상철학이 논하였음은 확실히 탈중국적(脫中國的) 독자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다음은 그의 인성론(人性論)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이는 확실히 송나라 정주학(程朱學)의 사상적 배경에서 탈피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인성론에서 정주학의 근간을 이룬 천리(天理)를 인정하지 않고 애오라지 천(天)·인(人)·성(性)·명(命)의 사원구조적 귀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여기서 말한 천은 즉 천기(天機)를 뜻함이요, 인은 인사(人事)를 뜻함이며, 성은 혜각(慧覺)이요, 명은 자업(資業)으로 해석하였으니, 이는 확실히 정주학에서 말한 개념과는 판이한 이론인 것이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을 귀일의 원리에 의하여 총괄하고 또 조화를 이루는 것이 심(心)이다. 심을 일신의 군주와 같은 위치에 있다 생각하고 또 중앙의 태극이라 하였으니, 비록 무형무질의 관념적인 존재이긴 하여도 심은 어디까지나 이목비구(耳目鼻口)·폐비간신(肺脾肝腎)·함억제복(頷臆臍腹)·두견요둔(頭肩腰臀)을 통괄하는 주재자인 것이다.

그러나 심시기(心是氣)라든지 심통성정(心統性情)과 같은 가공적 존재가 아니라 구체적 사원구조적 존재로서, 정주학에서 말한 심과는 본질적으로 구분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사상철학에서는 인성론을 철학적 범주에서의 인간학으로 정립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상철학이 비록 역리에 근거를 두었다 하여도 궁극적으로는 인간학을 기본으로 한 실증적 전개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진화론적 사차원의 세계관이 그 기저에 깔려 있음과 동시에 인간직립설(人間直立說)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사상철학에 있어서 사차원의 세계관은 직선·넓이·부피·흐름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인류문화와 인체생리까지도 진화과정으로 파악하고 있는 점이 근대사상과 상응함을 시사해 주고 있다.

또한, 음양에 있어서 상청하탁설(上淸下濁說)이나 향양부음설(向陽負陰說), 또는 금수(禽獸)의 복음배양설(腹陰背陽說)에서 탈피한 인간의 윤리적 직립설에 의하지 않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사상철학에서는 근세철학적 체취를 느낄 수 있으며, 또한 사상철학적 윤리설은 곧 생물학이라 말할 수 있다.

귀는 선성(善聲)을 좋아하고 눈은 선색(善色)을 좋아하며 코는 선취(善臭)를 좋아하고 입은 선미(善味)를 좋아하므로 호선(好善)의 성은 이목비구에 깃들어 있고, 폐는 악성(惡聲)을 싫어하고 비는 악색을 싫어하며 간은 악취(惡臭)를 싫어하고 신은 악미(惡味)를 싫어하므로 오악(惡惡)의 성이 폐비간신에 깃들어 있다는 점에 인성의 호선오악을 생물학적이라 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는 정약용(丁若鏞)의 성기호설(性嗜好說)과도 방불한 감성적 성설(性說)과도 같다.

사상철학은 그의 사상인론(四象人論)의 전개로 말미암아 인간학적 입장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상철학에 의하여 분류된 사상인은 비단 체질적 유형에 그치지 않고 심성론적 유형과 복합된 종합적 인간유형론으로 파악해야 한다.

사상인 인간유형은 폐·비·간·신의 대소로 구분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폐·비·간·신은 장기적(臟器的)인 의미보다는 기능을 말한 것으로, 강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네 개의 장기의 대소는 형태적인 것이 아니라 각 장기가 지니고 있는 생리적 또는 심리적 기능의 강약의 개념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상인의 유형을 분류할 때에 폐·비·간·신의 단일 장기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각 장기에 종속된 계열의 통칭으로 생각할 때에 비로소 회사귀일하는 일심(一心)이 주재한다는 이론을 이해할 수 있다.

이제마의 사상인론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다. 첫째, 유형불변(類型不變)의 법칙으로, 태음인은 절대 태양인으로 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느 다른 유형으로도 바꾸어질 수 없듯이 한번 타고난 선천적 유형은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예외불허(例外不許)의 법칙으로, 모든 인간의 유형은 반드시 사상 외의 다른 예외는 있을 수 없다는 법칙이다. 그러므로 사상인의 중간형이라든지 흔히 말하는 8상형 같은 것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셋째, 약물혼용불허(藥物混用不許)의 법칙으로, 사상인은 특유의 체질에 따라 온열한량(溫熱寒凉)의 약물성분이 결정되었으므로 혼용할 수 없다는 법칙이다. 사상철학에 근거한 사상인론은 연역적인 가설이기는 하나 인간의 특이체질설의 하나로 그의 독창성은 의학계에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상의학의 특질

본래 한의학의 조류를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후한시대(後漢時代)에 발전해 온 장중경(張仲景)의 상한의학(傷寒醫學)을 들 수 있고, 다음은 송·원·명시대에 발전한 후세의학(後世醫學)을 들 수 있다.

『상한론』에서는 음양이기사상을 축으로 하고 병인론(病因論)을 수립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병태관(病態觀)은 음양의 상대적 인식을 제1의로 하고 내경의 음양관이나 역리의 음양관과는 달리 다만 발병상태와 오직 병정(病情)에 한정된 협의의 음양에 지나지 않으며 양병(陽病)일 경우는 열성병(熱性病)으로 간주하고 음병(陰病)일 경우는 한성병(寒性病)으로 표현하는 따위다.

양증(陽症)은 체온이 상승하고 대사기능이 항진된 상태를 의미하고 음증(陰症)은 체온이 내리고 정력이 감퇴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본적 병태를 분류하고 다시 병의 진행에 따라 육경병증(六經病症)으로 나누는데 양증은 태양·소양·양명이라 하고, 음증은 태음·소음·궐음이라 하여 이의 육경병증은 대체로 순서대로 전변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외감(外感)·풍한(風寒)에 상하거나 여러 가지 기후적 조건에서 발생되는 병변(病變)을 말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송·원·명시대에 와서는 한대의 상한의학이 대성한 데 반하여 수·당·송을 거쳐오면서 내경설·난경설(難經說)을 바탕으로 하고 음양오행·장부경락(臟腑經絡)·운기설(運氣說) 등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후세의학이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자연을 관찰할 때에 음양이기로 이루어졌다는 사상이 지배하고 있어 인간도 소우주(小宇宙)로 간주하고 음양기혈(陰陽氣血)이 조화를 잘 이루어 생명을 유지하며, 음양이 균형을 이루어 곧 생리기능을 이룬다고 생각해 왔다.

이와 같이 한의학이 음양철학에서 출발하여 인체의 생리·병리를 비롯하여 임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왔다. 본래 음양이란 태극에서 나온 것이며 사상오행으로 연역하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음양으로 귀납되며 오행에는 상생(相生)과 상극관계가 있어 상생은 목화토금수의 종속관계를 이루고, 상극은 하나씩 격(隔)하여, 목극토·토극수·수극화·화극금·금극목으로 억제작용을 한다. 이는 장부기능을 조절하는 길항작용이니 이로써 법칙이 정해져 있다.

이와 같이, 음양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상한의학이 성립되었고, 또한 오행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후세의학이 성립된 데 반하여 사상의학은 사상에 기틀을 두고 이루어진 의학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의 장부는 본질적으로 그의 기능이 허하고 실한 이치가 있어 체질이 결정되며 이에 따라 생리기능과 병리·약리에 이르기까지 원리가 달라진다는 데서 제3의 의학인 사상의학이 생긴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장부의 대소가 있어 체질이 결정되며 심장을 중심으로 폐·비·간·신의 네 장부가 상대적 대소를 이룸으로써 태소음양인이 결정된다. 이것이 우리 고유의 사상의학인 것이다. 『동의수세보원』에 있는 성명론(性命論)·사단론(四端論)·장부론(臟腑論)·의원론(醫源論)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성명론

성명(性命)이란 본시 『중용 中庸』의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에서 연유한 것으로 이제마는 이에서 천인성명(天人性命)의 4원구조적 원리를 사상의학의 기본으로 수립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천이란 대자연의 법리를 뜻하는 것으로 지방(地方)·인륜(人倫)·세회(世會)·천시(天時)라는 사상적 분류를 하였다.

지방은 어떤 지역성을 의미한 것으로 국토 향리와 같은 평면세계를 의미하고, 인륜은 혈연·비혈연의 인간관계인 윤리·도덕이 존재하는 세계를 의미하며, 세회는 경제·정치·문화와 같은 사회집단체제를 의미하고, 천시는 역사현상에서 시간과 공간을 의미한다. 동양철학에서는 인간을 하나의 우주로 간주하였기 때문에 천기와 인사를 강목관계(綱目關係)와 같이 생각해 왔다.

그래서 대자연의 현상을 감지하는 데 이목비구의 사상적 개념을 가지고 설명하였다. 귀로는 천시를 듣고, 눈으로는 세회의 변천을 보고, 코로는 인륜의 냄새를 맡으며, 입으로는 지방의 모든 것을 맛본다고 하였다.

귀로 천시를 듣는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 즉 진리를 깨닫는다는 뜻이 되고, 눈으로 세회를 본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눈이라는 뜻이요, 코로 인륜의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느껴지는 낌새를 의미하고, 입으로 지방을 맛본다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맛을 의미한다.

또, 인간생활과 여건[人事]에는, 첫째 거처가 있어야 하고, 둘째 혈연·비혈연의 인간관계인 당여(黨與)가 있어야 하며, 셋째 사회적 집단인 교우(交遇)가 있어야 하고, 넷째 각자 생활할 수 있는 여건[事務]이 있어야 한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는 절대조건이니 거처·당여·교우·사무는 5장의 폐·비·간·신과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어 사무는 폐의 활동기능에 의하여 통달하고, 교우는 비의 소도작용(消導作用)에 의하여 취합(聚合)하고, 당여는 간의 흡수작용에 의해 정립(整立)하고, 거처는 장정(藏精)·배설(排泄)에 의하여 안정하게 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보면 천기와 인사의 사상은 다 같이 인체의 생리기능과 직결됨을 알 수 있다. 이목비구는 자연을 관찰하고 폐비간신은 사람의 자세를 바로 세운다고 함은 내외 혹은 표리관계에 상응하며, 전자는 향외적 기능(向外的機能)의 표출(表出)이요, 후자는 향내적 기능(向內的機能)의 함축이니 사무는 잘 가다듬어야 하고, 교우는 잘 이루어져야 하며, 당여는 잘 정립되어야 하고, 거처는 잘 다스려져야 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천인관계(天人關係)는 필연적으로 이루어진 강목관계라 할 수 있으니 사람의 본성에는 호선과 오악의 도덕심이 잠재해 있으나, 또한 심욕에는 사심(邪心)·태행(怠行)이 있어 성인과 범인의 차이를 낳는 것이다.

성인은 욕심이 없으니 이는 사람의 수양에 따라 이루어진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향천입지(向天立地)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직립할 수 있는 점으로 위에서부터 폐·비·간·신의 장기가 순위를 종립(縱立)해 있다.

이에 따라 인체의 전면은 턱[頷]·가슴[臆]·배꼽[臍]·배[腹]로 나누고 인체 후면은 머리[頭]·어깨[肩]·허리[腰]·볼기[臀]로 구분하였다.

그러나 이목비구와 폐비간신과 같이 어떤 특수성을 지닌 것이 아니라 오직 부위만을 지적하여, 인체 전면에 있는 함억제복은 천기의 인간화를 설명한 것이요, 인체 후면의 두견요둔은 인사의 내면성을 구체화하기 위함이니 이로써 천인성병(天人性命)의 사대골격을 수립한 것이다.

턱에는 이해득실을 헤아리는 꾀[籌策]가 있으나 잘못하면 교만하기 쉽고, 가슴에는 조직적인 계획을 세우는 경륜이 있으나 잘못하면 잘난 체하고 스스로 자랑하며, 배꼽에는 절도 있는 행검(行檢)이 있으나 잘못하면 뽐내거나 자긍하기 쉽고, 배에는 포용력이 있는 도량(度量)이 있으나 잘못하면 과장하기 쉽다.

또, 머리에는 지식과 문견이 있으나 잘못하면 남의 것을 탈취하게 되고, 어깨에는 위엄이 있으나 잘못하면 사치에 흐르기 쉽고, 허리에는 재간(才幹)이 있으나 게으르기 쉽고, 볼기에는 지략[方略]이 있으나 잘못하면 도적질하기 쉽다. 그러므로 함억제복은 항상 슬기[知]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어야 하고 두견요둔은 항상 행업(行業)을 실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이제마의 지행론(知行論)이다. 지행이 쌓이면 도덕이요 도덕이 이루어지면 그것이 인성(仁聖)이니, 도덕이 다름 아닌 지행이요 성명이 다름 아닌 지행이라고 하였다.

사단론

사단론(四端論)은 본래 『맹자(孟子)』의 인의예지(仁義禮智)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기서는 사람이 각기 타고난 체질의 속성을 설명한 것이다.

사람의 심성에는 네 가지 욕심이 달리고 있는데 예를 버리고 방종하는 사람을 비인(鄙人)이라 하고, 의를 버리고 안일을 꾀하는 사람을 나인(懦人)이라 하고, 지를 버리고 남을 속이는 사람을 박인(薄人)이라 하고, 인을 버리고 심한 욕심을 부리는 사람을 탐인(貪人)이라 하였다.

여기에서 호연지기(浩然之氣)는 폐·비·간·신에서 나오고, 호연지리(浩然之理)는 심(心)에서 나온다고 하여 인의예지를 네 장기에서 기(氣)를 넓혀서 충만하게 한다면 호연지기는 여기에서 나올 것이요, 비박탐나(鄙薄貪懦) 등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욕심을 분명하게 가려내게 되면 호연지리는 여기에서 나올 것이라고 이기론적범주(理氣論的範疇)에서 설명하였다.

이와 같이, 사람의 체질은 천리의 변화로 이루어졌지만, 또한 장국(臟局)의 형성에서는 희로애락의 성정의 작위에서 대소허실이 결정되었다고 하였다.

태양인은 본래 애성(哀性)이 원산(遠散)하고 노정(怒情)이 촉급한 본성이 있어 애성이 멀리 흩어지게 되면 기가 폐로 들어가서 폐는 더욱 충실해지고, 노정이 촉급하면 기가 간을 격동시켜서 간의 기운을 깎으므로 이른바 태양인의 장국이 폐대간소(肺大肝小)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소양인은 노성은 넓게 포용하지만 애정은 촉급한 본성이 있으니 노성의 포용력이 넓기 때문에 기가 비로 주입하여 비의 기운은 더욱 왕성해지지만 애정이 촉급하므로 기가 신을 격동시켜서 신의 기운이 깎여지므로 이른바 소양인의 장국은 비대신소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태음인은 희성(喜性)은 넓게 펴지지만 낙정(樂情)은 촉급한 본성이 있으니 희성이 넓게 펴지면 기가 간으로 들어가서 간의 기운은 왕성해지지만 낙정이 촉급하기 때문에 기가 폐를 격동시켜서 폐기를 깎아내리게 되므로 태음인의 장국은 간대폐소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소음인은 낙성(樂性)이 심확(深確)하고 희정(喜情)이 촉급한 본성이 있으므로 낙성이 심확하게 되면 기가 신으로 주입하여 신기(腎氣)는 더욱 왕성하지만 희정이 촉급하게 되면 기가 비를 격동시켜서 비기(脾氣)는 더욱 깎일 것이니 소음인의 장국은 이른바 신대비소라 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태양인은 항상 크게 노하는 일을 경계해야 하고 소양인은 항상 깊이 슬퍼하는 일을 경계해야 하며, 태음인은 항상 도락에 빠지는 일을 경계해야 하고, 소음인은 항상 지나치게 기뻐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그 이유는 애로(哀怒)의 기운은 위로 올라가는 본질이 있기 때문에 폭로심애(暴怒深哀)하게 되면 하초(下焦)·간신을 상하게 되고, 희락의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는 본질이 있어 낭락심희(浪樂深喜)하게 되면 상초(上焦)·폐비(肺脾)를 상하게 된다.

이를 음양설적으로 말하면 상승(上升)이란 양의 과다를 의미하게 되므로 하초가 음허(陰虛)하게 되고, 하강(下降)의 음이 과다하게 되면 상초가 양허(陽虛)해지므로 생리현상인 사상인의 장국이 형성된 소치이다.

이와 같이 음양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에 병적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며, 또한 체질에 따른 희로애락의 성정의 조화를 이룸이 건강관리의 첩경이 되는 것이다.

장부론

장부론(臟腑論)은 인체를 네 부분으로 나누어 배부(背部)와 흉부 이상을 상초(上焦)라 하여 폐와 위완(胃脘)이 이를 주관하고, 배려(背膂)와 흉격(胸膈) 부위를 중상초(中上焦)라 하여 비와 위가 이를 주관하고, 허리와 배꼽 부위를 중하초(中下焦)라 하여 간과 소장이 이를 주관하고, 척하(脊下)와 제하(臍下)를 하초(下焦)라 하여 신과 대장이 이를 주관한다 하였다.

이는 기존 의학에서 상중하 3초로 나눈 것을 폐비간신의 장기를 주로 하여 편의상 사초(四焦)로 나눈 것이다. 음식물이 입으로 들어가서 식도[胃脘]를 통하여 위·소장·대장을 거쳐 항문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위에서는 열기(熱氣)가 되고, 소장에서는 양기(凉氣)로 변하는데, 열기의 경청(輕淸)한 것은 위완으로 올라가 온기가 되고, 양기의 질중(質重)한 것은 대장으로 내려와서 한기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음식물에 함유되어 있는 온·열·한·양의 기가 장부에 미치는 생리적 작용을 설명한 것이다. 음식물의 온기는 위완에서 진(津)으로 화하여 혀[舌] 밑으로 들어가서 진해(津海)가 되니, 진해란 진액이 모여 있는 곳이다.

다시 진해의 맑은 기운은 귀로 나와 신(神)이 되어 두뇌로 들어가서 이해(膩海)가 되니 이해는 신이 모인 곳이다. 다시 이해의 맑은 기운은 폐로 들어가고 탁한 것은 밖으로 피모(皮毛)가 되므로 위완·혀·귀·두뇌·피모는 모두 폐계(肺系)에 속해 있는 것이다.

음식물의 열기는 위에서 고(膏)로 화하여 젖가슴[中]으로 들어가서 고해(膏海)가 되니 고해란 고가 모인 곳이다. 고해의 맑은 기운은 눈으로 나와 기가 되고 다시 등마루[背膂]로 들어가서 막해(膜海)가 되니, 막해란 기가 모인 곳이다. 막해의 맑은 기운은 안으로 비에 들어가고 탁한 것은 밖으로 근(筋)이 되므로 위·양유(兩乳)·눈·배려·근은 모두 비계(脾系)에 속한 것이다.

음식물의 양기는 소장에서 화유(化油)하여 배꼽 부위에서 유해(油海)가 되니 유해란 유가 모인 곳이다. 유해의 맑은 기운은 다시 코로 나와 혈(血)이 되어 요척(腰脊)으로 들어가서 혈해(血海)가 되니 혈해란 혈이 모인 곳이다.

혈해의 맑은 것은 간으로 들어가고 탁한 것은 밖으로 근육이 되므로 소장·배꼽·코·요척·육(肉)은 모두 간계(肝系)에 속하여 있는 것이다.

음식물의 한기는 대장에서 액(液)으로 화하여 전음부(前陰部) 모제지간(毛際之間)으로 들어가서 액해(液海)가 되니 액해란 액이 모인 곳이다. 액해의 맑은 기운은 입으로 나와 정(精)이 되고, 다시 방광으로 들어가 정해(精海)가 되니 정해란 정이 모인 곳이다.

다시 정해의 맑은 것은 신으로 들어가고 탁한 것은 밖으로 골(骨)로 들어가므로 대장·전음·입·방광·골은 모두 신계(腎系)에 속하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진·고·유·액의 전사해(前四海)는 이목구비의 근본이 됨을 말하였고, 이·막·혈·정의 후사해(後四海)는 폐·비·간·신의 근본이 됨을 말하였으므로 사상설은 곧 사해설(四海說)에서 확립되었다고 하겠다.

사실상 8해(八海)이지만 전후 사해가 음양대대(陰陽對待)를 이루었기 때문에 실은 양대사해(兩大四海)라 해야 옳을 것 같다.

여기서 해란 생리기능의 유동체를 의미한 것이며 인체는 비록 피·근·육·골로 구성되고 기능으로는 이목비구와 안으로는 폐비간신이 있지만 모두 양대사해 안에 존재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하겠다.

의원론

의원론(醫源論)은 사상의학이 나온 배경과 의사학적 고찰을 기술하고 또 기존 의학과 사상의학과의 상이점을 서술한 것이다. 이제마는 사상의학을 만든 의도를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으니 “내가 의약경험이 있은 지 5, 6천 년 뒤에 나서 예전 사람들이 저술한 의서(醫書)를 통하여 우연히 사상인의 장부성리(臟腑性理)를 발견하게 되었다.”라고 말하고, 『동의수세보원』을 저술하였다.

“이 책 중에 장중경이 논한 바 태양병·소양병·양명병·태음병·소음병·궐음병이라 함은 병증을 논한 것이요, 내가 말한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이라 함은 인물을 명목한 것이니 이 두 가지를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다시 이제마의 의학사관을 보면, 의학경험이 있은 지 오래되어 염제신농(炎帝神農)씨·황제헌원(黃帝軒轅)씨 시대로부터 내려왔다고 함은 믿을 수 있으나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과 『황제내경』 영추(靈樞)·소문(素問)이 신농황제의 손에서 나왔다 함은 믿기 어려우니 그 당시에는 응당 문자가 없었을 것이요 오랜 뒤에 문자가 생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한, 한의학의 역사적 유래를 3단계로 분류하였다.

상고시대로부터 진(秦)·한(漢) 이전까지의 병증 약리는 장중경이 전수하여 시흥(始興)을 이루었고, 위(魏)·진(晉) 이후 수(隋)·당(唐) 이전까지의 병증 약리는 주굉(朱肱)이 전수하여 중흥(中興)을 이루었다.

송(宋)·원(元) 이후로 명(明) 이전까지의 병증 약리는 이천(李梴)·공신(龔信)·허준(許浚)이 전수하여 부흥(復興)을 이루었으니 만일 의가(醫家)의 공로와 업적을 따진다면, 첫째로 장중경·주굉·허준을 들 수 있고 다음으로 이천·공신의 차례가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다시 사상체질의 병증과 약리를 살펴보면 소음인에 대해서는 장중경이 자세하게 발명하였고, 다시 송·원·명시대로 내려오며 거의 완벽할 정도로 개발하였다. 소양인에 대해서는 장중경이 절반 정도 발명한 것을 송·원·명시대에 이르러서는 거의 소상하게 발명하였다.

그러나 태음인에 대해서는 장중경이 약간의 그림자만 비쳤을 뿐, 송·원·명시대에 와서 절반 정도 발명하였고, 태양인의 병증 약리에 대해서는 주진형(朱震亨)이 약간 그림자만 비쳤고 본초학(本草學)에도 약간 약리가 나와 있을 뿐이라고 하였다.

상한병(傷寒病)은 육경증후(六經症候)로 분류하였는데 이를 체질에 결부하여 보면 태음병·소음병·궐음병의 증후는 모두 소음인에게 있는 병증이요, 소양병증은 소양인에게 있는 병증이요, 태양병·양명병증은 소양인·소음인·태음인에게 고루 있으나 그 중에 소음인에게 가장 많은 것이라고 말하였다.

대개 옛날 사람들이 마음에서 희로애락과 애(愛)·오(惡)·소욕(所欲)의 편착(偏着)으로 병이 생기는 줄은 모르고 다만 음식으로 비위가 상하거나, 또 풍(風)·한(寒)·서(署)·습(濕)으로 병이 생기는 줄만 알았기 때문에 병을 논하고 약을 말한 것이 모두 소음인의 비위가 허약하여 병이 생긴 것으로만 생각해 왔다.

그 밖에 소양인이 비위에 열을 받아 병이 생길 때에 쓰는 약이 약간 있을 뿐, 태양인·태음인의 병증에 대해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피력하였다. 또한, 병을 진찰함에 있어 종래에는 맥상(脈狀)을 중시해 왔는데 이제마는 맥이란 오직 부(浮)·침(沈)·지(遲)·삭(數)만 보면 될 것이지 다른 기묘한 맥상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부정하였다.

또, 경락(經絡)에 있어서도 삼양삼음(三陽三陰)은 병증이 같은지 다른지 병이 속에 있는지 겉에 있는지를 판단하는 방편일 뿐이요 굳이 경락증상을 알 필요가 없다. 먼저 체질이 확연하면 병증은 필연적으로 알게 된다. 또, 여기서 내경에 대한 비판으로 그 내용의 이치를 고찰하면 될 것이지 학설을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황제내경』으로부터 『상한론』과 송·원·명의학의 대부분을 비판하는 한편 사상의학이라는 새로운 의학을 창안하였다.

현재와 장래

이제마가 사상의학을 발표한 지도 거의 1세기가 되었다. 예방의학·치료의학의 우수성을 인정하면서도 학문의 발전이 없이 이제까지 피안시하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오직 체질 감별에 객관성이 없기 때문이라 하겠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한의학의 안목에서 사상의학이 과연 의학으로서의 면모와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는 이미 논의의 대상이 된 지 오래며 일부 학계에서는 한낱 고집과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한의학은 동양철학의 정수요 음양사상의 귀결이므로 어느 시대에도 근본 원리가 변할 수 없으며 전래의 한의학이 신비 묘리의 이치가 있으면서도 학문의 범위가 호번하고 광범하기 때문에 확고한 방향을 모색하지 못하여 이제까지 구태의연한 고식적 고증주의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두 가지 유파로는 송·원·명시대에 발전한 온보위주(溫補爲主)의 학파와 후한시대에 발전한 상한론의 실증주의학파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실증주의 일변도의 과감한 치법은 병독(病毒)을 공경함에 반하여 원기(元氣)를 훼손하는 폐가 없지 않으며, 또 후세의학의 온보위주는 병적상태에서 생리적 자연유(自然癒)의 전기를 마련해 줌으로써 원기를 붙들어 주는 목적이긴 하나 고질과 폭병(暴病)에는 역부족의 폐가 없지 않다.

그러므로 종래의 한의학의 병리가 음양허실에 주안을 두었기 때문에 양자의 폐가 있을 수 있으나 사상의학에서는 음양허실의 병리를 치중하는 한편, 사람의 체질에 중점을 두고 있음이 특이한 일이라 하겠다. 체질의 음양이 확연하면 필연적으로 장부의 허실이 나타나게 되므로 치료에 합리적인 방안이 안출하게 된다.

본래 이제마의 사상의학은 그의 의도한 바 예방의학에 치중하였으며 병과 약의 개념을 병리와 약리에 두기 앞서 인간의 윤리적 선의 문제에 핵을 두었는데, “사람이 어진 것이나 유능한 것을 보고 질투하는 것 같이 큰 병은 없고, 어진 것을 좋아하고 착한 일을 기뻐하는 것 같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약은 없다.”라고 말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첫째로 윤리적 문제에서 선을 좋아하는 마음의 수양이 중요하고 다음은 식생활에서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선택하여 먹어야 한다는 예방의학을 교시하였다. 오늘날에는 비단 한의학계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크게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어 사상의학은 날로 발전해 가고 있다.

광복 이후는 주로 함경북도 함흥에서 월남한 사상학도들이 모여 보원계(保元契)를 조직하는 한편, 이현재(李賢在)를 중심으로 사상의학보급회를 조직하여 이제마의 출생일을 기념하고, 또 학술강연, 세미나 등을 계속해 오다가, 1970년 3월에 홍순용(洪淳用)을 중심으로 대한사상의학회를 조직하여 전국에 있는 한의사를 중심으로 학술대회·특별강연회·논문발표회·학술토론회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여 민족 고유의 의학인 사상의학의 면모를 크게 부각시켰다.

또한, 각 한의과대학에서는 사상의학과를 설치하고 교육에 힘써온 지 오래되며 대학원과정까지 있어 학위를 획득한 자도 여러 명이 있다.

저서로는 사상의학의 원전인 『동의수세보원』이 있고, 1972년 홍순용·이을호(李乙浩) 공저인 『사상의학원론』, 그 해 윤길용(尹吉用)의 『사상체질의학론』, 이태호(李泰浩)의 『사상진료의전』, 1973년 권영식(權英植)의 『사상방약합편』, 1977년 박석언(朴奭彦)의 『동의사상대전』, 1974년 박인상(朴寅商)의 『동의사상요결』 등이 있으나 모두 『동의수세보원』의 편저에 지나지 않는다.

참고문헌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
『사상의학원론』(홍순용·이을호 역술, 행림출판사, 1973)
「동무사상설의 경학적기조」(이을호, 『한국학보』6, 일지사, 1977)
「동무이제마」(안진오, 『실학논총』, 전북대학교 출판부, 1975)
「이동무사상설론고」(이을호, 『철학연구』7,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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