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제는 진제(眞諦)로서의 공(空), 속제(俗諦)인 가(假), 비유비공(非有非空)의 진리인 중(中)의 셋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삼제설은 중국의 지의(智顗)가 처음으로 주창한 뒤 천태종의 근본교설이 되었으며, 그 뒤 우리나라 천태종의 근본학설로 정착되었다. 원래 이 삼제설이 주창된 까닭은 제법의 실상이 중도(中道)에 있음을 밝히는 데 있으며, 공 · 가 · 중이 서로 원융(圓融)한 것임을 천명하기 위한 것이다.
삼제 가운데 공제는 진리의 측면에서 이 세상을 본 것으로, 진리의 측면에서 보면 이 세상은 인연 따라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공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제는 세속의 측면에서 이 세상을 본 것으로, 이 세상의 고정불변한 듯한 모든 것이 실제에 있어서는 거짓과 헛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중제는 중도제일의(中道第一義)의 입장에서 실상을 본 것으로, 제법의 실상을 공이나 가의 일면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중도의 절대적인 입장에 서서 진리를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삼제의 설은 교학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속의 입장에 속하는 가(假)의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가의 세계는 무상(無常)하고 괴롭고 부자유스럽고 번뇌가 많은 세계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태를 긍정하고 그 거짓된 모습을 파헤쳐 공(空)임을 깨달을 때, 중도(中道)가 그곳에서 온전하게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즉, 가의 상태에서 진제의 세계인 공으로 몰입한 뒤 다시 이 세속으로 나올 때 중도의 삶을 살 수 있음을 뜻한다.
공과 가는 서로 진(眞)과 속(俗)이라는 상대적인 상황에 있고, 중은 진과 속을 가장 분명하게 이어주는 것이므로 삼제는 어느 하나가 빠진 상태에서는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셋의 관계를 삼제원융(三諦圓融)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삼제원융을 관하는 것을 삼제원융관(三諦圓融觀)이라고 하며, 중생의 일심이 곧 삼제를 모두 포함하고 있음을 관하는 것을 일심삼관(一心三觀)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