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서자(署字)라고도 하며, 화압(花押)·화자(花子)·첨명(簽名)·화압(畫押)·오타운(五凩雲)이라고 한다. 서압의 경우 모두 이름을 초서로써 자필해야만 한다.
서서(署書)라는 것이 진팔체서(秦八體書)의 하나로 제액(題額)에 쓰인다고 하였으나 지금은 전하지 아니하며, ≪총문서단주 總文敍段注≫에 검자(檢者)는 서서한다고 한 것으로 미루어 일체봉검제자(一切封檢題字)하는 것을 서(署)라 하며, 제방(題榜) 또한 서라 한다고 하였다.
압(押)이라 함은 서하는 것으로 서자(署字)에는 반드시 초서로 이름을 쓰는 불문율(不文律)에 따라 초서를 쓴 이름이 후세에 화압(花押)이 되었으며, 곧 오타운(오색의 垂雲이라는 뜻으로 남의 편지의 경칭), 즉 오운체(五雲體)라는 것도 이것이다.
따라서, 서압은 자신의 성명을 초서로 써서 위조할 수 없게 하는 자신만이 가지는 사인(sign)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역대로 서압을 ‘銜(함)’·‘啣(함)’이라 부르고 수결과 달리 행사하였다. 함은 관함(官銜)의 함으로서 이름을 지칭하며, 특히 존칭으로 함자라고 한다.
서압인 함은 고려시대와 조선 초기만 하여도 이름을 초서로 연서(連書)하였으나, 중기 이후 이름 글자를 연결하여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들어 함으로 사용하였다. 항아리형·배형[舟形]·거미형·종형(鐘形)·합자형(合字形) 등의 형태를 취하여 만들되, 모두 초서로 흘려서 마치 꽃이나 구름이 떠오르는 듯 화려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서압에는 몇몇의 정형(定形)에 맞추어 제작하되 이름 가운데 일자(一字)가 상례이기는 하나, 때로는 2자로 합자(合字)하는 경우도 있으며, 또 몇몇의 정형을 무시한 것 등 다양한 면이 보인다. 그러나 오타운의 구름이 무럭무럭 오르거나 꽃이 피듯 된 것은 드물다.
그리고 일획을 길게 그어서 배의 전이나 돛대모양이 되게 하거나, 항아리 뚜껑 모양으로 만들고 점을 찍는다는 것은 일심결(一心決)의 영향인 듯하다. 또, 항아리나 종이, 거미 모양을 강조하듯 둥글게 공간을 그리고 있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라 하겠다.
김홍집(金弘集)이 중국인에게 그의 함을 만들어 달라고 하였더니 ‘弘’자를 그려 보이며 이것은 화말개(花末開)·월말원(月末圓)이라 표현하고 그의 장래의 무궁한 발전을 점쳤다고 한다. 이 함의 제작이 한국 재래의 형식과는 아주 딴판이라 당시 화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고종의 어압(御押)과 김홍집의 어는 모두 중국인의 고안으로 쌍벽을 이루었다고 한다. 중국에는 화압인(花押印)이 송·원대에 성행하였다 하나, 한국에서는 수결인이 보일 뿐 화압인으로는 최근 오세창(吳世昌)이 중국의 화압인을 모방한 것이 있을 뿐이다.
함의 사용은 서양인의 사인과 같이 쓰여 누구나 가지는 것으로 수결과 다르다. 함은 ‘쓴다’고 하지 않고 ‘함을 둔다’고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며, 둔다는 말은 서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