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년(유례이사금 15) 초에 신라인 인관(印觀)이 일찍이 솜〔綿〕을 시장에 내다 파는데, 서조가 곡식을 주고 이를 사서 돌아오는 도중에 갑자기 솔개〔鳶〕가 이를 낚아채서 인관의 집에 떨어뜨렸다.
인관이 이를 가지고 시장에 되돌아와서 서조에게 이르기를 “솔개가 당신의 솜을 내 집에 떨어뜨렸으므로 이제 당신에게 되돌려준다.”고 하였다. 이에 서조가 말하기를 “솔개가 솜을 낚아채서 당신에게 가지고간 것은 하늘의 뜻이다.
내가 어찌 받을 수 있겠는가.” 하니, 인관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당신의 곡식을 돌려주겠다.” 하였다. 서조가 말하기를, “내가 시장에서 당신에게 산 지가 이틀이나 되었으니, 곡식도 당신에게 속한다.” 하고는 굳이 사양하고 받지를 않았다.
두 사람이 서로 양보하다가 모두 시장에 버리고 돌아갔다. 장시관(掌市官)이 위에 아뢰니, 왕이 두 사람에게 벼슬을 내리고 함께 기뻐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