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서 ‘소’는 음을 가리킨다. 그리고 ‘축’은 ‘자(玆 :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와 ‘전(田)’의 합성어로서 본래는 밭에서 곡식이 번성한다는 뜻인데 여기에서 ‘기르다’ ‘쌓다’ 등의 의미가 파생되었다.
『주역』에서는 이와 달리 ‘그치다(止)’의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므로 ‘소축’은 ‘음이 양을 저지한다’라는 의미가 된다.
괘상으로 보면 외괘인 손괘(巽卦)가 내괘인 건괘(乾卦)를 저지하는 것이 되고, 또한 유일한 음효인 육사(六四)가 5개의 양효(그 중에서도 강한 상승욕을 갖는 건괘의 세 효)를 제지하는 상이다. 비유하자면 신하가 군주의 뜻을 저지해야 하고, 아내가 남편의 의견에 대하여 견제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을 상징한다.
괘사는 “소축은 형통하지만, 우리 서쪽 들판에서 부터 구름이 빽빽하나 비가 오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비가오지 않는다’라고 하는 것은 음양이 아직 화합하지 못한 단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예를 들면 신하의 성의에 대하여 군주가 아직 호응하지 않는 상태이다.
음이 양을 저지해야 할 상황이면 양은 자신의 강건함만을 내세우지 말고 스스로 물러서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음은 무엇보다 거짓없는 진실함으로 양의 신뢰를 받아야 하며, 양도 음의 진실성을 믿어야 한다. 육사(六四)와 구오(九五)의 효사에서 ‘진실한 믿음(孚)’을 주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