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巽)은 본래 신에게 제사드리는 모습을 그린 글자인데, 제사지낼 때 사람은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음으로 ‘겸손하다’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또한 하나의 음효(陰爻)가 두 개의 양효(陽爻)밑에 들어가 엎드려 있는 괘상에서부터 ‘들어가다’ ‘따르다’라는 뜻이 생겨났다. 그리고 손괘는 바람을 상징하는데, 바람은 사물을 움직이므로 ‘명령’의 뜻이 있게 되었다.
괘사는 “손은 형통한 것이 적다. 가는 것이 이로우며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라고 되어 있는데, ‘형통한 것이 적다’라는 것은 손괘가 초육과 육사 두 개의 효를 주효로하여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며,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라는 구절은 음효가 양효를 따르는 것처럼 유순한 성격을 가진 자는 양강(陽剛)한 대인의 지도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음양원리에 입각한 것이다.
이 점은 초효에서도 확인된다. “초효는 손괘의 가장 아래에 있는 효로서 지나치게 유순하여 결단성이 부족하다.” 이 때에는 무인과 같은 과감성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겸손은 좋은 것이지만 이것은 음적인 덕목으로서 여기에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상구(上九)에서 “침상아래에 들어가 있어 노자와 도끼를 잃어버렸으니 올바를지라도 훙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도 상구는 손괘의 극치로서 지나치게 겸손하여 양효 본래의 결단성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