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龍王)이 병이 들자 약에 쓸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하여 자라는 세상에 나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리고 간다. 그러나 토끼는 꾀를 내어 용왕을 속이고 살아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판소리로 짠 것이다. 「토끼타령」·「별주부타령(鼈主簿打令)」·「토별가(兎鼈歌)」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궁가」의 사설이 우화적인 이야기이고 등장인물끼리 말씨름하는 대목으로 되어 있어서 소리 또한 아기자기한 대목들이 많다. 그러나 왕과 신하들을 등장인물로 하였기 때문에 진지한 소리들이 나와 ‘소적벽가(小赤壁歌)’라 하여 명창들은 허술히 여기지 않았다.
「수궁가」는 조선 중기에 이미 불렸을 것이지만 송만재(宋萬載)의 『관우희(觀優戱)』, 이유원(李裕元)의 『관극팔령(觀劇八令)』과 같은 조선시대 후기 문헌에 처음 보인다. 순조 때의 명창 신만엽(申萬葉)이 「수궁가」를 잘 하였고, 특히 ‘토끼기변’과 ‘소지노화(笑指蘆花)’가 그의 더늠(명창이 독특하게 만들거나 다듬은 판소리의 한 대목)으로 전해지고 있다.
철종 때의 송우룡(宋雨龍)·김거복(金巨福)·김수영(金壽永), 고종 때에는 김찬업(金贊業)·신학준(申鶴俊)·유성준(劉成俊)이 「수궁가」를 잘 불렀다. 「수궁가」는 바디(더늠)마다 짜임새가 얼마쯤 다르게 되어 있으나 초앞, 용왕득병, 도사진맥(道士診脈), 토끼화상(畫像), 세상풍경, 상좌다툼, 토끼와 자라, 수궁 풍경, 토끼기변, 세상에 나오는데, 토끼 욕설, 뒤풀이로 짜여진 바디가 많다.
수궁가에서 이름난 소리 대목은 용왕탄식(진양-계면조), 약성가(藥性歌, 자진모리-우조), 토끼화상(중중모리-계면조 또는 평조), 고고천변(皐皐天邊, 중중모리-평조 또는 계면조), 토끼와 자라(중중모리-계면조), 토끼신세(자진모리-계면조), 토끼기변(중모리-계면조), 가자가자(진양-우조), 백매주를 바삐 지나(중중모리-평조), 토끼욕설(중모리-추천목)을 들 수 있다.
「수궁가」는 재치있고 아기자기한 소리와 아니리(창을 하는 중간 중간에 가락을 붙이지 않고 이야기하듯 엮어 나가는 사설), 발림으로 짜서 기지와 해학적인 맛을 들여 판을 벌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