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필사본. 서울대학교 규장각본과 일본 도요문고본(東洋文庫本)이 있으며, 한국인이 쓴 최초의 『도덕경』 주석서이다.
전체 81장의 『도덕경』 중에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 40장으로 축소, 재편성하고 원문에는 토(口訣)를 달았으며 자구(字句)마다 자세한 주석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각 장의 끝에는 간명하게 전체 의미를 요약해 놓고 있어 ‘노자초해구결(老子鈔解口訣)’이라는 부제(附題)와 어울린다.
『순언』이라는 표제는 ‘순정(純正)한 글’, ‘좋은 글’이라는 뜻으로 홍계희(洪啓禧)의 발문에서처럼 ‘옳지 않은 내용은 빼버리고 옳은 글만 뽑아 모았기 때문’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것은 유교 경전의 입장과 일치하는 내용을 뽑아 해석하였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도덕경』 가운데에서 노자 철학의 가장 핵심 부분만을 뽑아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이하여 놓은 책이라는 의미도 함축되어 있다. 왜냐하면 이이는 노자사상의 핵심을 ‘무위(無爲)’로 파악하고, 무위는 허무적인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음이 없는(無不爲)’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면서, 무위는 도의 본체로서 그리고 무불위는 도의 묘용(妙用)으로 파악하여 노자사상과 유교사상의 근본적 일치성을 강조하였기 때문이다.
이이는 『순언』 어디에서도 노자사상과 유교사상의 다른 점은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고, 다만 그 내용이 상달처(上達處)만을 논한 것이 많아 보통 사람으로는 그 심오한 진리를 파악하기 힘든 책임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도덕경』을 이단시하여 배척하여 왔던 것은 바로 이런 심오성을 파악하지 못한 소치이며, 노자나 공자나 모두 하나의 진리를 제시하고 있음을 보지 못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도덕경』을 해석하면서 이이는 주자(朱子)를 비롯하여 여러 유학자들의 학설을 근거로 성리학적인 입장에서 노자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이는 노자의 근본 입장은 유교의 입장과 마찬가지의 가치가 있다고 보고, 그런 점들을 과감하게 수용하여 도가사상의 핵심 부분을 유가사상에 통합시키려고 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순언』은 『도덕경』에 대한 상투적이고 피상적인 비판을 극복하고, 도가사상과 유교사상과의 일치점을 발견하고, 또한 도가사상의 수용 측면을 살펴 보려는 목적으로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