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부곡리유적(始興富谷里遺蹟)이 자리한 곳은 현재 행정구역상 경기도 군포시 부곡동(옛 시흥군 군포읍 부곡리) 일원에 해당한다. 부곡동은 군포시 남동쪽에 위치하며, 동쪽으로 의왕시와 잇닿아 있다. 북쪽에 영동고속도로, 동쪽에 경부고속도로, 서쪽에 서해안고속도로가 나 있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이 일대는 해발 70m 이내의 잔구성 언덕과 충적지로 이루어져 고대 사람들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지형적 특징을 띠고 있다.
시흥부곡리유적은 신갈∼안산 간 순환고속도로 건설 예정지역에 대한 지표 조사에서 처음으로 확인되어 1988년 6∼7월에 발굴 조사되었고, 2005년 10월부터 2006년 3월까지 군포택지개발사업으로 인한 발굴 조사가 실시되었다.
1980년대 조사에서는 백제시대 야외 화덕 1개가 확인되었고, 유적이 위치한 능선 고지대에서 흘러내려 쌓인 것으로 보이는 백제시대 토기 조각이 다수 발견되었다. 백제시대 생활 유적이 얕은 언덕에 자리하는 특성을 감안할 때 시흥부곡리유적 역시 당시 발굴 조사된 지점보다 위쪽에 백제 취락이 존재하였을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2005년과 2006년에 실시된 발굴 조사에서는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구들이 발견되었다. 그중에는 이 일대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한성 백제시대 널무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발굴된 유구는 청동기시대 전기의 장방형 주거지 1기, 백제시대 널무덤 19기와 독무덤 4기, 고려~조선시대 분묘 17기, 그 밖에 조선시대 주거지 12기와 건물지 1기, 기와가마 1기, 숯가마 3기 등 다양하다. 유물은 겹아가리짧은빗금무늬의 민무늬토기, 짧은목항아리 등의 백제 토기와 큰 칼, 쇠낫 등 철기류, 분청사기 조각과 백자 조각 등이 다량 출토되었다.
시흥부곡리유적에서는 이른 시기의 청동기시대 주거지를 비롯하여 백제~조선시대에 이르는 생활 유적과 분묘 유적 등 오랜 기간 사람들이 점유하였던 흔적이 확인되었다.
특히 새롭게 발견된 백제시대 널무덤은 근래 화성시와 용인시, 오산시 등 경기도 남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굴되고 있는 널무덤과 계통을 같이하는 것으로, 서울석촌동고분군을 중심으로 하는 백제 중앙 세력과 대별되는 지역 집단의 존재를 보여 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