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의 첫 시집으로, 1963년 문학사(文學社)에서 간행하였다. 이 시집에는 「진달래산천」·「풍경」·「눈나리는 날」·「그 가을」·「빛나는 눈동자」·「정본문화사대계(正本文化史大系)」·「산사(山死)」·「이곳은」·「산에 언덕에」·「내 고향은 아니었네」·「아사녀의 울리는 축고(祝鼓)」·「꽃대가리」·「미쳤던」·「아니오」·「나의 나」·「완충지대」·「힘이 있거든 그리고 가세요」·「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등 18편이 수록되어 있다.
‘아사녀’는 ‘아사달’과 함께 저자의 초기 시에 자주 나오는 시어이기도 하다. 이 땅에 사는 민중들의 진정한 모습을 지칭한 것이다. 아사달과 아사녀의 모습은 그의 작품 속에서 볼 때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외세에 물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한국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민중들이 아사달과 아사녀가 되는 셈이다. ‘4·19’와 ‘3·1만세운동’이 하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아사녀」와, “여보세요, 아사녀, 당신이나 나나 사랑할 수 있는 길은 가차운데 가리워져 있어요.”라고 노래한 「주린 땅의 지도원리(指導原理)」 등과도 같이 아사달이나 아사녀는 그의 시적 주제이기도 하다. 『아사녀』의 시편들은 뒤에 나온 장시 「금강」과 함께 민중의식과 역사의식이 강하게 나타나 있다.
“강인한 참여의식이 깔려 있는 시적 경제(經濟)를 할 줄 아는 기술이 숨어 있고, 세계적 발언을 할 줄 아는 지성이 숨쉬고 있고, 죽음의 음악이 울리고 있다.”고 한 김수영(金洙暎)의 말과 같이 암담하였던 민족 현실을 의식하고 끊임없이 싸워간 민족 시인으로서 꿋꿋한 의지의 시세계를 이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