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1책. 필사본. 1791년 동지 겸 사은사(冬至兼謝恩使)로 정사 김이소(金履素), 부사 이조원(李祖源), 서장관 심능익(沈能翼)을 따라 청나라에 다녀오면서 그 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5개월 간을 기록한 것이다.
내용은 도리(道里)·장관(壯觀)·연행일기·기유록(奇遊錄) 등으로 이루어졌다. 저자는 당시 50세 정도로 평양에 살았으며, 벼슬한 일은 없으나 시문을 좋아하는 문인으로 정사가 일기를 쓰게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개인 자격으로 데리고 간 듯하다.
「도리」에는 서울에서부터 연경(燕京)에 이르는 지명과 그 이수를 적었는데, 지명에는 잘못 쓴 글자가 많다. 「장관」은 기이한 광경이나 고적을 나열한 내용이다. 「연행일기」는 같이 동행한 김이교(金履喬), 저자의 맏형, 그리고 연경에서 만나 친해진 중국인 정가현(程嘉賢) 등과 왕래한 서한, 정가현이 지은 서문으로 되어 있다.
「기유록」은 사행 행로의 상황·경치·풍속 등을 보고들은 대로 적고, 여행 중 읊은 시 수십 편과 김이교·정가현의 시도 들어 있다. 이 가운데는 중국의 문물이 웅장하고 풍부함을 찬탄하고 청나라 관문(關門)·책문(柵門)·사찰 등을 지키는 군사나 내시들이 토색(討索)을 일삼으며, 조선 사행 중 마부들의 부정을 개탄한 내용이 곳곳에 보인다.
맨 끝에는 제목도 없이 일기에 빠진 풍속·음식·건축·물산·인물 등에 관한 것을 모아 적고, 다음으로 연경의 여덟 가지 경치를 소개했으며, 세 사신의 명단을 적었다.
연행 기록이 단순한 일기체에서 벗어나 그 내용을 분류, 체재를 달리하기 시작한 것은 김창업(金昌業)의 『연행일기(燕行日記)』로부터 비롯되었다. 이 책도 그 같은 짜임새를 의도했으나 산만하고 내용이 깊지 못한 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