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권5에 ‘영재우적(永才遇賊)’이라는 제목 아래 이 노래와 아울러 연기설화가 실려 있다. 영재가 도적을 만나 그들의 명에 따라 지은 노래로 『삼국유사』에는 이 노래의 제목이 전해져 있지 않다.
오구라(小倉進平)는 「영재우적」, 양주동(梁柱東)은 「우적가」, 김선기(金善琪)는 「도둑 만난 노래」, 김사엽(金思燁)은 「도적가」라 하였다.
수록문헌에 따르면 승려인 영재는 천성이 익살스럽고 재물에 무심하며, 또한 향가를 잘 하였다. 영재가 만년에 장차 남악에 은거하려고 대현령(大峴嶺)에 이르렀을 때, 60여 명의 도적을 만났다. 도적들이 칼을 들이대며 해를 가하려고 해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자, 도적들이 이상하게 여겨 그의 이름을 물으니 영재라 하였다.
도적들은 일찍부터 그 이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노래를 지으라고 명하였다. 이에 영재가 이 노래를 지어 부르자, 도적들은 노래에 감동하여 자신들의 행동을 뉘우치고 비단 두 필을 주고자 하였다.
이에 영재는 “재물이 지옥 가는 죄악의 근본임을 알아 이제 깊은 산에 숨어서 일생을 지내고자 하는데 어찌 이것을 받겠는가.” 하고 땅에다 버렸다. 도적들은 더욱 감동하여 칼과 창을 버리고 머리를 깎고 영재의 제자가 되었으며, 지리산에 들어간 뒤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 노래의 원문 해독과 현대어 풀이는 다음과 같다.
① 원문 해독
제 ᄆᆞᅀᅡ매 즈ᇫ모ᄃᆞ렷단 날 머리-디나치고 ○ᄯᆞᆫ수메 가고쇼다 오직 외온 破戒主 저플 즈○ ᄂᆞ외 ᄯᅩ 돌려 이 잠ᄀᆞᆯᅀᅡ 디내온 됴ᄒᆞᆯ날 새누옷다니 아으 오지 이ᅌᅩ맛한 善은 안디 새집 ᄃᆞ외니다 (양주동 해독)
② 현대어 풀이
제 마음의 모습이 볼 수 없는 것인데, 日達鳥逸 달이 난 것을 알고 지금은 수풀을 가고 있습니다. 다만 잘못된 것은 强豪님, 머물게 하신들 놀라겠습니까. 兵器를 마다하고 즐길 法을랑 듣고 있는데, 아아, 조만한 善業은 아직 턱도 없습니다. (최철 풀이)
이 작품은 보이지 않는 글자들이 있어서 완전한 해독을 하기 어렵다. 해독상의 차이점을 양주동과 김완진의 풀이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日遠烏逸-過出知遣’를 양주동은 ‘멀리-지나치고’로 푼 반면에, 김완진은 ‘日達鳥逸 달이 난 것을 알고’로 풀이하였다. ‘日達鳥逸’를 양주동은 ‘멀리’로 보았는데, 김완진은 한문투의 삽입으로 본 것이다.
‘次弗史內於都還於尸朗也’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해독은 비슷한 차이점이 있다. 양주동이 ‘두려워할 짓에 다시 또 돌아가리’로 풀이한 반면, 김완진은 ‘머물게 한들 놀라겠습니까’로 풀이하여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음 구절인 ‘此兵物叱沙過乎 好尸日沙也內好呑尼’에서도 양주동은 ‘이 쟁기를 사 지내면 좋은 날 새리니’로 해석한 반면, 김완진은 ‘병기를 마다하고 즐길 법을랑 듣고 있는데’로 해석하여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인 ‘安支尙宅都乎隱以多’의 해독에서도 ‘安支’를 ‘아니’로 본 반면, 김완진은 ‘아직’으로 보아 차이가 있다. 나머지 부분도 양주동은 의미로 해독한 반면, 김완진은 소리로 해독하여 ‘턱도 없다’로 하고 있다.
「우적가」의 대략적인 내용을 풀이하면, “지금 나는 내 마음 속 세속의 번뇌를 벗어버리고, 깊은 산중으로 수도를 하러 가는 수도승이다. 너희들 칼에 내가 찔리면 좋은 날이 바로 올 것이라 슬플 것이 없지만, 아직도 정진해야 할 길은 멀리 남아 있는데, 그렇게 무참히 명을 끊을 수 있겠느냐.”라고 설복시킨 노래이다.
재물에 눈이 어두운 중생에게 인생의 참뜻과 바른 길을 제시하여, 자신을 수련하며 참되게 살아가라는 교훈이 담겨 있는 향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