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1920년 12월 13일 종로 기독교청년회관에서 열린 주1 후원 행사에서 주2. 이후 갈돕회순회연극단, 예술협회, 민중극단 등에서 공연되었고, 1924년 신명서림출판부(新明書林出版部)에서 발간한 희곡집 『운명(運命)』의 주3으로 수록되었다.
희곡집 『운명』은 1930년 창문당서점(彰文堂書店)에서 재발간되었는데, 두 주4은 편집과 내용이 동일하다. 희곡집 머리말에서 작가는 「운명」을 첫 희곡 작품이자 조선인이 지은 작품 중 무대에 상연된 최초의 희곡으로 기술한다. 윤백남의 첫 희곡은 「국경」(1918)이지만, 다른 주5에서 「운명」을 본격적 희곡 집필의 경험으로, 사회 각 방면의 반향을 얻어 "100여회의 공연"이 이루어진 작품으로 기술한다는 점에서 머리말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집필된 것으로 본다.
「운명」의 1장은 현대 여름 오후 6시 미령포왜(米領布哇, 미국 하와이) 주6 시 교외 빈민동의 양길삼(梁吉三)의 집, 2장은 같은 날 오후 8시 포왜 공동묘지 앞의 사건을 다룬다. 지난해 봄 메리는 주7을 강권하는 아버지의 명을 거절 못 하고 하와이로 향하였으나 남편 양길삼은 교양이 없는 구두 수선공이었다. 미국 유학길에 하와이에 머물게 된 메리의 옛 애인 이수옥(李秀玉)은 전도사 부인 송애라(宋愛羅)의 도움으로 메리의 집을 방문한다. 배신을 꾸짖는 수옥 앞에서 메리는 ‘그릇된 결혼의 희생이 되어’ 살아야 하는가 토로하지만 수옥은 남편을 갱생의 길로 이끌라 권유한다. 둘의 만남을 목격한 장한구(張漢九)는 양길삼을 부추기고, 분노한 양길삼은 칼을 들고 푸리스톤 호텔로 향한다. 그날 밤, 갑작스런 주8 소나기를 계기로 공동묘지 앞 대합실에서 재회하게 된 수옥과 메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길삼 일행의 등장으로 위기에 처한다. 메리는 대합실에 난입한 길삼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수옥은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메리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겠다 결심한다.
주9’으로 주10 「운명」은 1910년대 하와이 사진결의 폐해를 소재로 삼아 당대 소인극단 및 전문극단에서 활발히 공연되었던 사회극이다. 1919년 3·1운동 이후 희곡의 근대성과 직업 연극인들의 사회극 기획의 실제를 보여 준다. 「운명」은 사진결혼의 폐해와 서양에 대한 맹목을 비판하며 공론 영역의 쟁점을 극화하는 사회극의 지향을 드러내는 동시에, 수옥과 메리의 재결합의 서사는 3·1운동 이후 '자유연애'를 사회 '개조'로 읽어 갔던 문화적 맥락에서 근대적 성격을 구현한다.
한편, 선악이 분명한 인물의 설정, 감정의 과잉이 드러나는 대사, 사건 전개에서는 주11 구조가 두드러져 한계로 지적된다. 사회극 지향과 대중극적 구조는 3·1운동 직후 연극인들의 사회극 기획의 실제를 보여 준다. 「운명」은 1920년대 창작 희곡 중 드물게 소인 극단과 전문 극단에서 널리 공연된 작품으로, 무대 주12에 드러나는 높은 수준의 공연성은 초연 이후 희곡 텍스트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다듬어졌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