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은 풍산(豐山). 자는 경문(景文)·희범(希范). 호는 파산(巴山). 안동 출신. 아버지는 참봉 유공계(柳公季)이며, 생부는 참봉 유공석(柳公奭)이다. 어머니는 안동권씨로 권응삼(權應參)의 딸이며, 부인 영천이씨는 이현보(李賢輔)의 증손녀이다. 약관의 나이에 이황의 문하에 나아가 종질 유운룡·성룡과 함께 동문수학하였다.
이황에게 성인의 말씀 가운데 일생토록 행할 만한 치심(治心)·행기(行己)의 요점을 질문하여 스승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이황은 황준량(黃俊良)에게 편지를 보내 유중엄의 지취(志趣)와 견식을 크게 칭찬하고 후일 큰 학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이후 성주목사로 부임한 황준량은 유중엄을 특별히 초청하여 오건(吳健)·정구(鄭逑)와 함께 주자서(朱子書)를 강론하기도 하였다. 정구는 유중엄을 일생의 외우(畏友)로 대우하였으며, 안동부사로 부임해서는 산소를 성묘하고 제문을 지어 유중엄의 고매한 인품과 호학의 기질을 칭송하였다.
이후 유중엄은 남치리(南致利)와 더불어 이황 문하의 안자(顔子)로 평가되었으며, 풍산유씨 유운룡·성룡가문의 가학연원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인물로 인식되었다. 안동의 타양서원(陀陽書院)과 예안의 분강서원(汾江書院)에 위패가 봉안되었다. 저서로는 『파산유고(巴山遺稿)』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