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履)는 본래 ‘신’을 가리키는데, 여기에서부터 ‘밟다’ ‘실천한다’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그리고 인간이 밟아나가야 할 길, 즉 당위의 규범을 유교에서는 예(禮)라고 하기 때문에 이와 예는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괘상은 하늘 아래에 연못이 있는 형상인데, 이것은 상하의 위계질서 분명하게 정립되어 있음을 상징하며, 이것이 예괘(豫卦)를 음악의 원리로 본다면, 이괘를 예의 제정원리로 보는 근거이다.
「대상전(大象傳)」에서 “위가 하늘이고 아래가 연못인 것이 이괘이니,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써서 상하(上下)를 분변(分辯)하여 백성들의 뜻은 안정시킨다”라고 말한 것은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괘사에서 “호랑이 꼬리를 밟아도 사람을 물지 않는다. 형통할 것이다”라고 한 것은 주효인 3효를 중심으로 말한 것이다.
이괘는 육삼(六三)이외에 5개의 효가 모두 양효이다. 즉 3효는 아래로 두 개의 양효를 타고 있고, 강건한 순양괘(純陽卦)인 건괘(乾卦) 바로 아래에 있다. 이것은 강건한 세력 사이에 유순한 음효가 둘러싸여 있는 형상이다.
이러한 위험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상전」에서는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밟으니 화설(和說)함으로 건(乾)에 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호랑이 꼬리를 밟아도 사람을 물지 않으니 형통할 것이다”라고 하여, 태괘(兌卦)의 덕인 ‘기쁨(說)’의 태도를 가지고 강한 세력에 대응해야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강건함은 부드러움으로 대응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는 음양원리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