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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개념
어질다는 뜻으로, 공자가 선(善)의 근원이자 행(行)의 기본이라고 강조한 유교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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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어질다는 뜻으로, 공자가 선(善)의 근원이자 행(行)의 기본이라고 강조한 유교용어.
내용

≪설문 說文≫에 따르면, 인은 ‘인(人)’과 ‘이(二)’의 두 글자가 합해서 된 것이며, ‘친(親)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공자가 인을 실천 윤리의 기본 이념으로 삼으면서부터 그 의미는 일체의 덕목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을 갖게 되었다.

공자는 인을 설명할 때에 어떻게 하는 것이 인하는 것이라고 그 방법론을 주로 했을 뿐, 인이란 무엇이다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후세 학자들이 공자의 인 사상을 이해하는 데에서 견해의 차이가 나타나게 되었다.

공자가 인을 논할 때 다양한 용어들이 그에 대응된다. 그 중에서 주요한 것들을 간추려 보면, 효(孝)·제(悌)·예(禮)·충(忠)·서(恕)·경(敬)·공(恭)·관(寬)·신(信)·민(敏)·혜(惠)·온량(溫良)·애인(愛人)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덕목들은 인을 형성하는 일부분일 뿐, 인 자체는 아니다.

공자가 구상하는 인의 개념은 이것들보다 더 근원적이요, 공자가 추구하는 인의 이상은 이것들을 초월하고 있다. 공자는 어느 제자도 인하다고 인정하지 않았고, 자신도 인하다고 자처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후대 학자들은 인을 전덕(全德)이니 달덕(達德)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중선(衆善)의 근원이니 백행(百行)의 근본이라고 묘사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인을 구성하는 여러 덕목 중에서 핵심은 사랑이다. 사랑이 부모에게 미치면 효가 되고, 형제에게 미치면 우(友)가 되며, 남의 부모에게 미치면 제가 되고, 나라에 미치면 충이 된다.

사랑이 또 자녀에게 이르면 자(慈), 남의 자녀에 이르면 관이 되고, 나아가 백성에까지 이르게 되면 혜가 된다. 효우제충(孝友悌忠)과 자관혜(慈寬惠)를 성실하게 실천하면 공·경·신·민·서는 자연히 그들 속에서 생기게 된다. 그리하여 한유(韓愈)는 박애(博愛)를 일러서 인이라 하였다.

이처럼 한·당(漢唐) 이전의 사조는 실천상의 덕행에서 공자의 인 사상을 파악하려 하였다. 그런데 송대의 정주학에 이르면 관념상의 심성(心性)에서 인의 본질을 파악하게 된다. 정자(程子)는 “사람은 천지의 제정(儲精)에서 오행(五行)의 제일 우수한 것을 얻어 그 마음이 된 것이므로, 본래 진(眞)하고 정(靜)해 인·의·예·지·신·의 오성이 갖추어져 있다.”며, 애는 인에서 발한 정이라 하였다.

또한, 주희(朱熹)는 “인은 마음의 덕(心之德), 사랑의 이(愛之理)”라고 하면서, 성(性)의 견지에서 말하면 인이 사덕(四德 : 仁·義·禮·智)을 통섭(統攝)하고 있으며, 정의 견지에서 말하면 측은(惻隱)이 사단(四端 : 惻隱·羞惡·辭讓·是非)을 관통하고 있으므로, 따라서 인은 체(體)요, 애는 용(用)이라 하였다.

인이 발현해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사랑을 인이라 함은 불가하다는 견해다. 그리하여 한유가 박애를 인이라 한 것은 용을 들어 체라 한 것이라며 이를 배척하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인을 ‘어질다’고 하는데, 어질다는 ‘얼이 짙다’에서 온 말로서 심성의 착함, 행위의 아름다움을 뜻한다. 어질다의 이론적 근거는 주자의 <인설 仁說>에 두고 있다. 이황(李滉)이 주희의 인설을 ≪성학십도 聖學十圖≫에 수록한 이후로 학자들 사이에 인에 대한 이론은 없는 편이었다.

정주학 이전의 인 사상이 형이하학적으로 실천하려는 동태 지향(動態指向)이었다면, 정주학 이후의 인 사상은 형이상학적으로 궁리하려는 정태 지향(靜態指向)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주학은 격물치지(格物致知)를 한 뒤에 독행존덕(篤行尊德)라는 것을 학문의 정도로 삼기 때문에 인의 근원을 궁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을 실천면에서 살펴보면, 공자는 남을 사랑하는 것을 인 실천의 기점으로 삼고, 백성에게 널리 베풀어서 중생을 구제하는 것을 인 실천의 종점으로 보았다. 이 인은 불교의 자비나 기독교의 박애와 다를 바가 없겠지만, 그 실천 방법상에 현저한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다.

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인하려고 하면 인은 이르게 마련이며(仁遠乎哉 我欲仁 期仁至矣), 의·예·지와 함께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이다(仁義禮智 非由外鑠我也 我固有之). 인이란 사람이면 지·우(愚)·현(賢)·불초(不肖)를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천부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주학에서는 인을 성이라고도 하였다.

다만, 사욕에 가리고 기질에 구애되어 이따금 정신이 혼미해져 망각하는 경우는 있을지라도 인의 본성은 결코 마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을 실천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덕적 의무인 동시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가능한 심정인 것이다.

공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인이라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오직 인자(仁者)라야만 사람을 좋아할 줄 알고 사람을 미워할 줄 안다고도 하였다. 인하다는 것은 무차별 사랑이 아니라 차별적 사랑으로, 착한 사람은 사랑하고 악한 사람은 미워하는 것이 인의 참사랑이다.

그렇다면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은 어떻게 규정하는 것이 보편 타당한가가 문제로 된다. 내가 좋아서 사랑하는 사람이 사실은 증오를 받아야 마땅할 사람이며, 내가 미워서 멀리하는 사람이 사실은 착한 사람으로 사랑해야 할 사람이라면, 인하지 못한 것은 오직 나 자신에게 그 원인이 있는 것이지 남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공자는 안연(顔淵)에게 “극기복례(克己復禮)가 인하는 것(爲仁)”이라고 하였다. 극기는 사욕을 극복, 제거하는 일이요, 복례는 천리(天理)를 회복, 보존하는 일이다. 극기와 복례는 두 가지 일이 아니라 극기가 곧 복례이다.

표현은 비록 다르지만 내용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정주학에서는 이것을 공(公)이라 표현하였다.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말라는 말은 공을 뜻한다. 정자는 인을 천하의 공이라 하고, 주희는 공하면 인하고 인하면 사랑하게 되는 것이니 효제(孝悌)는 인의 활용[用]이요, 충서(忠恕)는 인의 베풂[施]이라 하였다.

정일집중(精一執中)이 요(堯)·순(舜)·우(禹)가 서로 전하는 가르침의 요지라면, 극기복례는 공자·안자(顔子)가 서로 전하는 가르침의 요지라 하겠다. 공자의 이른바 기(己)는 곧 순의 인심(人心)이요, 공자의 예는 곧 순의 도심(道心)이다. 극과 복은, 즉 정일(精一)의 공효(功効)다.

인과 중(中)도 명칭은 서로 다르지만 사실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대개 의리에 부합해 과불급(過不及)이 없는 것이 중이고, 의리에 순수해 사욕에 잡히지 않는 것이 인이다. 중하면서 인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또한 인하면서 중하지 않은 것도 없으니, 이로 미루어볼 때 성현의 상전심법(相傳心法)은 모두 일이관지(一以貫之)하고 있다 하겠다.

사욕을 극복하고 천리를 보존하는 일은 곧 마음의 공평을 유지하는 일이다. 마음의 공평을 유지하려면 사사물물(事事物物)의 원리를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는 마음의 지각으로서 지가 요청된다. 공자가 인과 지를 병용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지로써 인을 인식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인으로 지키지 못하면 상실하고 말 것이요, 인을 좋아할지라도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어리석은 폐단을 낳게 된다. 그러므로 순자는 지(智)하고 불인(不仁)한 것도 불가하지만, 인하고 부지(不智)한 것도 불가하다고 하였다. 인과 지는 봄·겨울과 같아 서로 종시(終始)가 되어 순환하게 되는 것이다.

공자는 인의 개념보다 인의 실천을 강조하였다. 이언적(李彦迪)은 이 점에 관심을 두고 성경현전(聖經賢傳)에서 기록된 천언만어(千言萬語)가 오직 인을 구하는 데 있다면서, ≪구인록 求仁錄≫을 편찬, 뒤에 배우는 이의 길잡이가 되게 하였다. 또한, 거실을 ‘구인당(求仁堂)’이라 이름을 짓고 인을 실천하는 데에 평생을 바쳤다.

한 가정이 인하면 나라가 흥인(興仁)하고, 위에 있는 자가 인을 좋아하는데 아래에 있는 자가 의를 좋아하지 않는 일이 없으며(大學), 인하면서 부모를 버리는 일은 없고 의하면서 임금을 버리는 일은 없다(孟子). 인은 마음의 덕이요, 가정의 보배요, 위정의 근본이요, 만물과 일체이다. 그러므로 배우는 이는 먼저 인을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참고문헌

『논어(論語)』
『맹자(孟子)』
『대학(大學)』
『중용(中庸)』
『성리대전(性理大全)』
『회재집(晦齋集)』
『퇴계집(退溪集)』
『심경(心經)』
『근사록(近思錄)』
『식인편(識仁篇)』
『호학론(好學論)』
『남당집(南塘集)』
『구지록(求志錄)』
집필자
김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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