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臨)’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다’,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임하다’는 뜻으로, 임괘에서는 ‘백성에게 임하다’는 의미로 쓰였다.
내, 외괘로 보면 땅이 연못에 임해 있는 모습이며, 괘 전체를 보면(양은 크고 음은 작은 것이므로) 아래에 있는 두 개의 양효가 위에 있는 네 개의 음효에게 임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위에서부터 아래에 임한다고 해서 권위적이거나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두 개의 양효인 초구(初九)와 구이(九二)의 효사는 “감응해 임하는 것이니 올바름을 지켜서 길하다.”, “감응해 임하는 것이니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고 하여 모두 응효(應爻)인 육사(六四) 육오(六五)와의 감응을 강조한다.
임괘는 11월 동지달을 상징하는 복괘(復卦)에서 처음 생겨난 하나의 양(陽)이 점점 자라나 두 개의 양으로 성장한 12월괘이다. 따라서 임괘는 양기가 계속 성장해 감에 따라 음기가 물러나는 형세, 즉 군자의 세력이 점점 확대되고 소인의 세력은 축소되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괘사에서 “임은 크게 형통하고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괘사의 뒷 부분에서 “8월에 이르면 흉할 것이다.”고 경고한다. 8월은 돈괘(遯卦) 또는 관괘(觀卦)로서 양기가 물러나는 상황이다. 이것은 현재는 양기가 성장해 나가는 좋은 상황이지만 멀지 않아 양기가 물러나고 음기가 그 자리를 대신해 세력을 확대하는 흉한 일이 닥치게 된다는 경고이다.
달이 차면 기울듯이 치(治)·란(亂)은 순환하며 성해지면 반드시 쇠퇴해 지는 것이 자연의 이법인 음양 원리이다. 성극(盛極)해지기 이전에 쇠퇴해 질 때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임괘가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