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747m. 황해도와 함경남도 도계에서 시작하여 황해도를 동서로 달려 장산곶(長山串)에서 끝나는 멸악산맥(滅惡山脈) 중의 한 산이다. 주요 구성 암석은 원생대의 지층인 상원계(祥原系)의 규암(硅岩)이다. 규암의 색은 흰색이며 절리(節理)가 잘 발달된 점이 큰 특색이다.
황해도의 지체 구조는 매우 복잡하여 많은 단층선이 남북으로 발달하였다. 장수산 산중에는 남북주(南北走)하는 세 줄기의 단층곡(斷層谷)이 있다. 서쪽 계곡은 12곡(曲), 중앙 계곡은 벽암계(碧巖溪)라 하며, 동쪽 계곡은 장수산성계곡이라 한다.
최고봉인 보적봉(寶積峰, 747m)을 비롯하여 보장봉(寶藏峰)·관봉(觀峰) 등의 예봉들이 솟아 있다. 이곳은 산 전체가 절리를 따라 침식되어 괴암 괴석의 천태만상을 나타내며 단층의 계곡과 아울러 황해금강(黃海金剛)이라는 명칭이 붙은 경승지이다. 장수산의 경승은 예로부터 유명하여 고려 때 개성을 찾던 중국의 문인묵객(文人墨客)들이 내왕하는 도중 이곳을 찾는 이가 많았다고 한다.
봄에는 백화가 천자만홍을, 여름에는 무수한 폭포가, 가을에는 단풍이 온 산을 물들이고, 겨울에는 만봉에 백설이 덮여 사계절 절경을 이룬다. 산중에는 많은 경승과 사적들이 있다. 석동12곡(石洞十二曲)은 장수산 서쪽 단층곡으로 계곡이 12회를 굴곡하여 10리나 들어가는데 괴암·괴봉이 양쪽에 높이 솟고 노송과 고목이 우거진 사이사이로 맑은 계류가 흘러내려서 신비경을 이룬다.
이 12곡 입구에는 이름 그대로 매달려 있는 현암(懸庵, 속칭 달암절)을 바라다볼 수 있다. 석벽이 깎아 선 곳에 여기저기 바위 등을 깎아서 올라가는 층계를 만들었다. 이 암자는 일찍이 유명한 이암대사(利巖大師)가 불도를 폈던 곳이다. 현암 뒤로 산등을 넘어가면 녹족정(鹿足井)이라는 우물이 있다.
옛날 이암대사를 사모하던 암사슴 몸에서 녹족부인(鹿足夫人)이 출생한 곳이라고 하며, 우물 앞 돌바닥에는 아직도 사슴 발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 신비스러운 전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현암 일대에는 서쪽에 세심폭포(洗心瀑布)가 있고 그 서쪽에 다시 약수폭포(藥水瀑布)가 있다.
약수폭포는 약수동굴 안의 샘에서 흘러내리는 높이 약 10m의 폭포인데 약효가 커서 멀리 서울이나 평양까지도 이름난 곳이다. 장수산의 대표적인 사찰로 꼽는 묘음사(妙音寺)는 장수산 중복에 있다. 약 600년 전에 창건되었는데 동학란 때 병화로 불타버렸으며 건물은 그 뒤에 개축하였다.
묘음사 동남쪽에 있는 보장봉을 바라보며 한참 올라가면 현암·묘음사와 함께 장수산의 3대 사찰의 하나인 채진암(採眞庵)이 있다. 주요 건물은 역시 동학란 때 불탔으며 고봉·기암으로 둘러싸인 경치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 이 밖에도 벽암계(碧巖溪)·수양폭(壽養瀑)·천장암(千丈巖)·석문·하금강(河金剛)·산성 등의 경승과 사적이 있다.
본래 산에 꿩이 많아 치악산(雉岳山)이라 하였는데, 임진왜란 중에 많은 피난민이 이 산 중에서 살아남았다고 하여 그 뒤 장수산으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