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井)은 우물이다. 고대에는 8가구가 하나의 우물을 공동으로 사용하였다. 정괘는 우물의 상을 취한 것으로, 초육(初六)은 우물의 바닥이고 구이(九二), 구삼(九三)은 우물 속의 물이며, 육사(六四)는 우물의 안 쪽 벽, 구오(九五)는 길어올린 우물물, 상륙(上六)은 우물을 덮는 막이다.
우물은 만물의 생명을 길러주는 물, 즉 생명수의 무한한 원천이다. 정괘의 우물은 47번째 괘인 곤괘(困卦)에서 돌뿌리에 넘어지고 가시덩쿨에 살이 찢긴 자가 마실 생명수를 말하는 것이며, 이 생명수는 인간의 영혼을 위로하고 길러주는 진리를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다.
괘상은 나무를 상징하는 손괘 위에 물을 상징하는 감괘가 있는 형상인데, 이것은 우물속으로 나무로 만든 두레박을 넣어 물을 길러올리는 모습을 표상한 것이다.
괘사에 “정은 마을은 옮길 수 있으나 우물은 옮길 수 없다. 물의 증감이 없어 왕래하는 자가 우물을 사용하니, 거의 이르러도 우물물에 닿지 못하여 병을 깨면 흉하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옮겨 갈 수 없는 우물의 소중함과 우물물은 위로 길러 올려야 비로소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일을 끝까지 해서 완성하도록 노력해야 함을 비유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6효는 우물 바닥의 진흙을 쳐내고 벽을 수리하고 난 다음에 두레박으로 길어올려 차고 깨끗한 물을 마시는 과정을 표상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상육에서 “우물을 긷고 막을 덮지 말 것이니 믿음이 있어 크게 길할 것이다”라고 한 바와 같이 누구나 마실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함을 정괘는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