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정(鼎)을 “발이 세 개이고 귀가 두 개로서 오미(五味)를 조화시키는 보기(寶器)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건을 삶는 솥을 말한다. 솥은 물건을 삶아 음식물을 만들어 인간의 육신을 길러주는 도구인데, 여기에서부터 성현을 길러낸다는 의미가 도출되었다.
「단전(彖傳)」에서 “나무를 불속에 넣어 음식을 삶는 것이나 성인이 삶아 상제에게 제사지내며, 크게 삶아 성현을 기른다.”고 한 것은 이 점을 말한 것이다. 여기에서 나무는 손괘(巽卦)이며 불은 이괘(離卦)이다.
「잡괘전(雜卦傳)」에서 “혁은 옛것을 제거하는 것이고 정은 새로운 것을 취하는 것이다.”고 했듯이 정괘는 새로운 성현을 기르는 방도에 대해 설명하는 괘이다.
정괘는 솥의 형상을 본뜬 것이다. 초육(初六)은 솥의 다리이고 2, 3, 4 세 개의 양효는 배이고, 오육(六五)는 귀이고, 상구(上九)는 솥고리이다. 6효는 물건을 삶는 과정, 즉 이목(耳目)이 총명(聰明)한 성현을 길러내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초효는 묵은 솥에 들어 있는 찌꺼기를 쏟아내는 것이고, 2효는 솥에 물건이 들어 있는 단계이고, 3효는 솥귀가 뜨거워진 변혁의 단계이며, 4효는 솥의 다리가 부러져 솥이 엎어져서 음식물이 쏟아진 위기 상황이며, 5효는 음식물이 삶아진 단계, 즉 중용의 덕을 이룬 단계이며, 상효는 솥고리로서 솥을 옮겨 가는 단계이다.
상효에서 “솥이 옥으로 만든 고리이니 크게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다.”고 평한 것은 「상전(象傳)」에서 “강유가 절도에 맞았기 때문이다.”고 해설한 바와 같이 음양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괘에서 기르고자 하는 성현의 덕은 강, 유 어는 하나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임을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