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3년(선조 26)에 권필(權韠)이 지은 한문소설로, 주생(周生)이라는 선비와 배도(俳桃)ㆍ선화(仙花)라는 두 여인 사이에서 이루어진 슬픈 사랑을 사실적으로 그린 애정소설이다.
1권 1책. 필사본. 작품의 말미에 지은이가 봄에 송도에 갔다가 역관(驛館)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주생을 만나 필담(筆談)으로 그의 행적을 듣고 돌아와 서술한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중국 명나라 때에 주회(周檜)라는 청년이 전당에서 살다가 아버지를 따라 촉주로 가서 태학에 다니면서 수차 과거를 보았으나 계속 실패하였다. 과거를 포기하고 장사차 길을 떠나 강호를 유랑하였다. 우연히 고향 전당에 이르러 어릴 때의 벗이었던 처녀 배도(俳桃)를 만나 사랑을 나누었다.
배도가 노승상 부인의 총애를 받아 그 집에 드나드는 것을 엿본 주생은 몰래 배도를 따라갔다가 승상의 딸 선화(仙花)의 미모에 혹하여 연정을 품게 되었다. 승상부인은 배도로부터 주생의 탁월한 학식을 듣고 주생을 아들 국영의 스승으로 청하였다. 주생은 배도의 집에서 국영을 가르쳤다.
그러나 선화에 대한 연정을 참지 못하여 왕래의 불편을 핑계로 승상댁에 들어가 국영을 가르치면서 선화와의 밀연에 빠졌다. 이를 알아차린 배도가 원망하자 주생은 배도의 집으로 돌아왔으나 배도에 대한 사랑은 이미 식어 있었다.
배도는 사랑을 잃고 괴로워하다가 죽었다. 국영도 우연히 병사하자 주생은 의지할 곳이 없어 전당을 떠났다. 수천 리 밖에서 선화를 그리워하던 중에 이웃 노인의 중매로 선화와 혼인이 성립되어 9월에 혼례를 올리기로 하였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주생은 종군서기로 징발되어 선화에게 알리지도 못한 채로 송도까지 와서는 그리움으로 병이 나서 머물러 있던 중에 서술자를 만나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한다. 이에 서술자는 이 이야기를 기록했다.
「주생전」은 한 젊은 선비와 두 여인 사이에서 이루어진 비극적인 사랑을 전기형식(傳記形式)을 빌어 그려낸 것으로 전쟁으로 인해 그 결합이 깨어지는 비극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고전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비현실적 요소는 없다. 배경 · 사건 · 인물 등이 모두 현실감을 지니고 있다.
주요 인물들이 비극적으로 좌절하고 슬픔을 표현하는 서정시가 수 많이 삽입되어 작품의 전체적 분위기가 우수로 차 있다.
현전하는 「주생전」의 이본으로는 문선규본과 북한본이 있는데 북한본은 리철화가 국역하여 원문과 함께 수록한 것으로 「주생전」 연구에 있어서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