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권 13책. 국문필사본. 국립중앙도서관에 13권 13책본과 불분권(不分卷) 1책본이 소장되어 있다. 또한 이수봉(李樹鳳)이 16권 16책의 이본 1종, 박순호(朴順浩)가 낙질본 4종, 사재동(史在東)이 낙질본 3종을 소장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연경도서관에도 10권 10책으로 이루어진 이본이 있다. 특히, 하버드대학교 소장본은 국립중앙도서관본에 완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결말부분의 내용을 완전히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작품은 「옥난기연(玉蘭奇緣)」과 연작 관계에 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명나라 영종 때 장두의 처 신씨는 2남 1녀를 두고 죽는다. 장공은 간신 왕진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유배를 당하게 된다. 한공은 장공 집안의 은혜를 입었음에도 왕진에게 아첨하고 장공을 구하지 않는다. 장공은 장남 희에게 한공의 딸과 정혼하였음을 알리고 떠난다.
도중에 왕진이 보낸 자객을 만나나, 장공의 인품에 감동한 자객은 그를 스승 엄도사에게 데려간다. 장공의 처남 신공은 장공의 세 자식들을 변장시켜 피신하게 하여 세 남매는 각각 헤어진다. 여장을 한 희는 한공 집의 시비가 되었다가 신분이 탄로나 탈출한다. 한소저는 부모의 혼인 강요에 집을 나온다.
이공은 친구 장공의 둘째 아들 우를 자기 집으로 데려와 장차 사위로 삼으려 한다. 희와 한소저는 객점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희가 한소저를 희롱하자 한소저는 자살을 기도한다. 마침 장공이 한소저를 발견하고 구원한다. 희는 수적(水賊)에게 잡혔다가 엄가숙에게 구출되어 장공과 한소저를 만난다. 희와 한소저 두 사람은 혼인하게 되나 불화한다.
남복한 장소저는 한공의 처남인 오공의 집에 있다가 한공의 아들 창영에게 신분이 발각되어 결국 혼인하게 된다. 한공 부부는 장소저를 내쫓고 권세 있는 집의 딸과 창영을 재혼시킨다. 창영이 장소저와 만나는 것을 안 후처가 장소저를 죽이려 하나 창영이 장소저를 피신시킨다.
영종이 복위되어 장공은 복직되고, 희와 우는 과거에 급제하여 가족이 모두 만난다. 한공은 장공에게 사과하고 장소저를 데려온다. 희는 여전히 한소저와 불화하며, 우는 기생 양소저를 사랑하여 병이 든다. 의술을 배운 양소저는 우를 살려내고 이공의 주선으로 둘은 혼인한다.
변란이 일어나 남자들이 출전하자, 이소저는 모친의 개가 강요로 자결하려다가 양소저에게 구출된다. 우가 이소저를 그리다 병이 나자 이소저가 선약(仙藥)으로 구한다. 계속 다투던 희 부부도 한소저가 오해를 푸니, 화목해진다.
이 작품에는 다양한 갈등이 복합되어 있으나 부부 사이의 갈등이 핵심적이다. 희부부는 원수지간이고 우부부는 은인지간이다. 형제간에 서로 대조되는 상황을 설정하여 부부의 도리와 애정 사이의 갈등을 문제화하고 있다. 우의 삶은 천상계가 후원하고 있고, 희의 삶은 지상계에서만 이루어져, 세계관에 있어서 근대소설로 전환되는 과도기적 형태를 보인다.
인물의 개성화, 내면심리 묘사, 그리고 주인공을 비웃는 인물들의 설정 등은 특이한 기법으로 두드러지며, 천상적 초월주의적 세계관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유학적 윤리규범의 강조, 가문 창달과 같은 당시 사대부의 지향의식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결론에 있어서 당사자의 의지를 강조하는 등 변화된 의식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