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박씨(朴氏). 충청북도 연산군(燕山郡 : 지금의 청주) 출신. 만덕산 백련사(白蓮社)의 제2세이다. 어려서부터 영리하여 글을 잘하고 유학자의 자질을 겸비하였으나 과거에 실패하자 실의에 빠져 출가를 결심하고 허적(許迪)·신극정(申克貞) 등과 함께 백련사의 원묘국사(圓妙國師) 요세(了世)를 찾아가서 중이 되었다.
그 뒤 송광산 수선사(修禪社)의 혜심(慧諶)으로부터 조계선(漕溪禪)의 요령을 습득하고 다시 백련사로 돌아와, 1232년(고종 19)에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염송하는 보현도량(普賢道場)을 만들었다.
2년 동안 백련사에 머물다가 지리산에 은거하여 요세가 행하였던 결사(結社)의 역사를 더듬으며 수행하다가 요세의 천태교관(天台敎觀)을 전수받았다. 그 뒤 혜해(慧解)가 크게 열리어 변재가 자재하였다.
그러나 요세가 그에게 백련사의 맥을 잇게 하려 하자 몰래 도망하였으며, “어찌 그렇게 배은(背恩)을 하느냐.”는 글월을 받고는 하는 수 없이 돌아와 백련사의 제2세가 되었다. 그러나 얼마 뒤 제자 원완(圓皖)에게 법을 전한 뒤에 물러났으며, 1247년에 몽고족이 침입하여오자 난을 피하여 상왕산의 법화사(法華寺)에 머물렀다.
1248년 용혈암(龍穴庵)에서 문인들을 모아 임종게(臨終偈)를 남기고 입적하였다. 시호는 정명국사(靜明國師)이다. 저서로는 『정명국사시집(靜明國師詩集)』 3권과 『정명국사후집』 1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