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7.9㎝, 너비 21.9㎝.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大阪市立東洋陶磁美術館) 소장. 단정하게 생긴 장방형 합으로, 나무나 종이로 된 이러한 형식은 보통 상자라고 부른다. 둥근 합은 종류도 많고 현존하는 수량도 대단히 많지만 방형은 매우 드물다.
문양구성은 합의 뚜껑 윗면 주위를 따라 좁은 연주문(連珠文) 띠를 두르고 그 안의 넓은 면을 다시 3분하여 주문양(主文樣)을 배치하였다. 주문양 구성은 기본적으로 장방형 중앙에 능화형 구역을 설정한 것인데, 이 합에서는 능화형 구역 중앙에 다시 원형 구역을 설정하였으며, 원형 구역 바깥쪽 좌우에는 능화형에 맞게 이중여의두문(二重如意頭文)을 나타냈고, 내부의 여의두문은 좌우에 변화를 주었다.
이 작품의 실제 주문양은 중앙 원내의 쌍봉문이며, 쌍봉문을 둘러싸고 그 외곽인 능화형 안에 운문이 있고, 능화형 외곽에 운학문이 있다.
모든 상감문양은 백상감 주연에 흑상감을 적절히 구사하였으며, 봉황문은 12세기까지는 매우 드문 문양으로 이 합의 봉황은 앵무와 같이 날개를 뒤로 늘어뜨린 형상이며 입에 꽃가지를 물고 있다.
13세기 이후에는 봉황이 문양으로 자주 등장하나, 날개를 학과 같이 좌우로 활짝 펴고 입에는 꽃가지를 물지 않은 것이 통례이다.
백상감에 흑상감을 곁들이고 봉황이 물고 있는 꽃가지와 여의두문의 안쪽 문양 등에 서로 변화를 주어 문양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있다.
합의 측면 전면에는 연주문이 들어 있는 연판문을 둘렀는데 역상감기법에 흑상감을 곁들이고 있다. 유약은 빙렬(氷裂)이 있는 비교적 밝은 비색 유약이 전면에 입혀졌는데, 합의 몸체에 입혀진 유약은 용융상태가 나빠서 황갈색을 머금었고, 밑바닥에는 16개의 규석받침 자국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