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응의 저서 『청죽만록(聽竹漫錄)』 중 별책인 『청죽별지(聽竹別識)』에 들어 있는 화사(畵史) 부분이다.
이 글은 이긍익(李肯翊)의 『연려실기술』의 「서화가」편에 인용되고, 오세창(吳世昌)의 『근역서화징(槿域書畫徵)』에도 재인용되어 원래의 책 이름보다도 「청죽화사」가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청죽만록』 자체가 육필본으로 아직 간행되지 않아 「청죽화사」는 인용된 글로만 알려져 온 것이 근래에 발굴되어 전모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글의 구성은 화사(畵史)·삼화가유평(三畵家喩評)·화사보록(畵史補錄) 상·하로 되어 있다. ‘화사’는 조선 초기의 고인(顧仁)에서 동시대의 윤두서(尹斗緖)까지 역대 명화가들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비평적 견해를 피력한 글이다.
‘삼화가유평'은 그가 조선시대의 가장 탁월한 화가로 꼽은 김명국(金明國)·이징(李澄)·윤두서 3명을 비교하면서 세 사람간의 특징과 장단점을 비평적으로 서술한 글이다. ‘화사보록 상(上)'은 화사에서 미처 논하지 못한 사항을 추가하여 모아 쓴 글이다.
또 ‘화사보록 하(下)'는 그가 참고로 하였던 선대 문인들의 글 중에서 화평을 모아 그대로 베낀 것이다. 「청죽화사」는 글 자체가 장문일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조선시대 화론 중에서 가장 풍부하고 저자의 비평적 견해가 뚜렷한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그리고 숙종 연간에 활약한 동시대 화가들에 대하여 가장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또 삼화가유평은 완벽한 하나의 비평 체계를 갖춘 평론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특히 「청죽화사」는 대단히 실증적 입장에서 과거의 화가를 논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대 화가에 대하여는 가혹하리만큼 예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또한 개별 화가의 특징을 확실한 비평적 기준에서 논하고 있다. 그러므로 단순한 견문이나 의례적 찬사를 무비판적으로 기술한 여타의 화론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즉, 조선시대 최고의 미술 비평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