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泰)는 본래 ‘미끄럽다(滑)’ ‘미끄럽게 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글자이다. 여기에서부터 ‘통하다’는 뜻이 파생되었다.
괘상은 땅 아래에 하늘이 있는 형상인데, 무거운 지기는 아래로 내려오고 가벼운 천기는 위로 올라가 두 기운이 만나 교감(交感) 교통(交通)하는 것을 상징한다. 이것을 「단전(彖傳)」에서 “천지가 교합해 만물이 소통되며, 상하가 교합해 그 뜻이 같다.”고 설명한다.
음양합덕(陰陽合德)을 대표하는 괘로서 12번째 괘인 비괘(否卦)와 반대이다. 또한 순음괘인 곤괘(坤卦)가 외괘(外卦)이고 순양괘인 건괘(乾卦)가 내괘(內卦)이기 때문에 양은 군자이고 음은 소인이므로 소인의 세력이 점차 소멸되고 군자의 세력이 성장하는 상황이 된다.
괘사에서 “태는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오니 길하여 형통할 것이다.”고 했고, 이 구절을 「단전」이 “군자가 안에 있고 소인이 밖에 있으니 군자의 도는 자라나고 소인의 도는 사라진다.”고 해석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그러나 구삼효(九三爻)에서 “평평한 것은 반드시 기울어지고 가면 반드시 돌아오니 어렵게 하고 올바름을 지키면 허물이 없으며, 그 믿음을 근심하지 않으면 복을 누릴 것이다.”고 한 것처럼 모든 것은 변화하기 때문에 태통(泰通)한 상황은 비색(否塞)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태괘의 마지막 효인 상구(上九)에서 “성이 무너져 해자로 복귀할 것이다.”고하여 이러한 반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양은 음으로, 음은 다시 양으로 변화해 나가는 것이 우주의 보편적인 이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