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야의 중심을 대동강이 남류하며 하류에서 남강(南江)·보통강(普通江)·합장강(合掌江)·곤양강(昆陽江) 등의 지류들이 흘러 만든 충적지와 산지가 침식되어 거의 평원에 가까운 준평원(準平原)으로 이루어진다.
평야의 대부분은 이른바 낙랑준평원(樂浪準平原)으로 동서 약 25㎞, 남북 20㎞의 넓은 평야이다. 이 일대는 높이 20∼50m 가량의 낮은 구릉이 계속되는 지대인데, 오랫동안 산지가 깎여 침식기준면(浸蝕基準面)에 가까운 노년기를 지난 준평원이다.
김황원(金黃元)의 시 “길게 둘러쌓은 성 한쪽에는 강물이 도도히 흐르고, 넓은 평야 동쪽에는 낮은 산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네(長城一面溶溶水 大野東頭點點山).”라는 구(句)는 이 지모(地貌)를 여실히 표현한 것이다.
낮은 언덕과 언덕 사이에는 넓은 평야가 펼쳐지고, 그 사이를 좁은 개천이 흙을 깊이 파 내리며 흐르고 있다. 이런 개천들은 곡류하면서 곤양강·무진강(戊辰江)으로 흘러 들어가서 다시 대동강 물줄기와 합치게 된다.
평야의 대부분은 고생대(古生代) 조선계(朝鮮系) 하부대석회암통(下部大石灰岩統)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남부의 일부분에는 상부대석회암통(上部大石灰岩統)이 분포한다.
또한 북부에는 고생대 평안계(平安系)의 홍점통(紅店統)·사동통(寺洞統)이 분포한다. 평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회암은 오랜 세월 동안 물에 용식(溶蝕)되었으며 이로 인해 이곳은 석회암 지형의 종말에 달하여 현재와 같은 대준평원을 이루었다. 준평원의 토양은 석회암의 용식 잔토(殘土)인 테라로사(terra rossa)라는 붉은 점토이다.
이것은 보수력이 강하여 강수량이 적은 이 지방의 농작물 생육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평안계의 홍점통과 사동통은 무연탄을 매장하고 있고, 평양의 대동강변에는 중생대(中生代)의 하부대동계(下部大同系)에 속하는 사암 등의 굳은 퇴적암이 침식되지 않고 남아서 모란봉(牡丹峰)·만수대(萬壽臺)를 중심으로 평양구릉을 이루고 있다. 기후는 서부 산지보다 해양의 영향을 많이 받아 대륙성은 적어진다.
연강수량은 1,000㎜ 가량이며, 남서부의 대동강 하구 지방은 우리 나라에서 비가 적은 지역의 하나이다. 남포와 광량만(廣梁彎) 부근은 900㎜를 좀 넘는 정도이고 평양은 940㎜에 불과하다. 평야의 중심지인 평양은 연평균기온 9.3℃, 1월 평균기온은 -8.2℃, 8월 평균기온 24.4℃로서, 서울에 비하면 겨울에 5℃ 가량 춥고, 여름에는 1℃ 가량 선선한 편이다.
대동강·남강·곤양강 지류 유역의 충적지는 일찍부터 논으로 개발되어 주요한 쌀 산지가 되고 있다. 준평원의 대부분은 수리가 불리하여 밭농사를 주로 하며, 밀·조·콩·메밀·면화·고구마 등의 산출이 많다. 특히, 남부의 진남포·중화·황주는 우리 나라 굴지의 사과 재배지로 그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또, 시멘트·석탄 등의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공업은 평양·송림·남포 등의 평남공업지대(平南工業地帶)에서 각종 공업이 발달하고 있다. 교통은 경의선이 평야 중심을 남북으로 달리고, 평양을 중심으로 만포선·평원선·평남선·승호리선 등의 철도와 의주로 통하는 도로가 발달하고 있다. 그 위에 대동강은 우리 나라에서 수운이 가장 편리한 하천으로 50t 급의 작은 기선이 운항할 수 있어, 무연탄·목재 운반 등이 활발하다.
평양은 평야의 중심을 이루는 북부 지방 제일의 도시요, 우리 나라 최고(最古)의 도시로 단군왕검이 도읍한 이래 기자조선·위만조선·낙랑·고구려의 서울로, 예로부터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어왔다. 이 평야지대는 그 긴 역사와 더불어 명소·고적이 많은데, 특히 평야지대에는 낙랑고분과 유적이 남아 있다.
또한 중화는 여러 물산의 집산지가 된다. 대동강 하류의 송림은 본래 한촌이었는데 송림선이 부설되고 제철소가 건설됨에 따라 제철도시로 크게 발전하였다. 하구의 남포는 평양에서 39㎞ 떨어진 무역항으로, 공업도시이며 어항이다. 남포는 황해를 건너 중국과, 남으로는 일본과 교역이 왕성하여 광복 이전에는 부산·인천에 이어서 제3위의 무역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