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편의 첫 번째 괘이다. ‘함(咸)’은 일반적으로 ‘모두’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나, 고대에 ‘감(感)’과 통용된 문자로서 『주역』에서는 ‘감응(感應)’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함괘는 소녀(少女)인 태괘(兌卦)와 소남(少男)인 간괘(艮卦)로서 구성되어 있으며 6효가 모두 정응(正應) 관계로서, 젊은 남녀사이의 강렬한 교감(交感)을 상징한다. 대표적인 혼인괘(婚姻卦)이다.
또한 「설괘전(說卦傳)」에서 “산과 연못은 기(氣)를 통한다.”고 말한 바와 같이 두 기운이 서로 감통하는 괘상을 보여준다. 함괘의 6효는 인체에서 상징을 취해 감응이 점차적으로 깊어지는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초효는 엄지발가락, 2효는 장딴지, 3효는 넙적다리, 4효는 심장, 5효는 등, 상효는 뺨과 혀를 상징한다.
그런데 괘사에서 “함은 형통하다. 올바름을 지켜야 이로우니 여자를 취하면 길하다.”고 하여 ‘형통하고 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올바름(貞)’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남녀는 서로 감응되기 쉽고, 또한 그래야만 「단전(彖傳)」에서 “천지가 감응함에 만물이 변화 생성된다.”고 설명한 바와 같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킬 수가 있다. 이것이 『주역』 상편이 천지를 상징하는 건곤괘로 시작하는 것에 대응해 하편이 남녀관계를 상징하는 함항괘로 시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녀는 부정한 관계로 발전할 위험성이 농후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주효인 4효에서 “올바르면 길해서 후회함이 없어질 것이니, 부단하게 왕래하면 벗만이 너의 생각을 따를 것이다.”고 말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