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심밀경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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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국시대 통일신라 승려 원측이 『해심밀경』을 풀이한 주석서. 불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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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남북국시대 통일신라 승려 원측이 『해심밀경』을 풀이한 주석서. 불교서.
내용

10권 5책. 목판본. 본래 10권으로 『속대장경(續大藏經)』 권34에 수록되어 전해 오는 것인데, 그 중 제8권 머리 부분과 제10권 전부가 실전(失傳)되었다.

안영사본(安永寫本)의 제8권 표지(表紙) 뒤에는 “이 품의 소에 궐문이 있다. …… 마땅히 삼문(三門)의 분별이 있을 것이나, 이제 앞의 두 문을 궐하니, 애석한 일이다(比品疏有闕文 …… 應有三門分別 而今闕前二門 惜憾哉).”라 하였다.

제9권 끝에는, “경문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의당 다음 소가 있을 것이로다. 애석하도다. 이 책은 아홉 권으로 다하니, 후학이 반드시 찾아서 완전히 갖추도록 할지니라.”고 덧붙여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근래에 이 『해심밀경소』 10권 모두가 『서장대장경(西藏大藏經)』에 완역되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影印 北京版 西藏大藏經 目錄 No.5517, 東北 西藏大藏經 目錄 No.4016).

이와 같이 『서장대장경』에 의하여 원측이 주석한 『해심밀경소』의 전모를 알 수 있게 되었고, 이 산일된 부분을 해독하기 위해 다시 서장문을 한문으로 복원하여 번역한 것이 나왔다.

이 책은 원측의 저서인 『성유식론소(成唯識論疏)』와 더불어 그의 유식교학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문헌이다. 더구나 『성유식론소』가 전해지지 않는 오늘날, 이것은 원측의 유식사상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문헌이다.

『해심밀경』의 내용에 따라서 이 책에 수록된 중요한 학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문으로 번역된 『해심밀경』은 네 종류가 있다. 그 중 원측이 주석한 저본은 현장(玄奘)이 번역한 경에 대한 것이다. 이 경은 5권 8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본론을 이루고 있는 것이 제2의 승의제상품(勝義諦相品)이다.

내용 중 “일체의 모든 법의 본체는 평등하여 차별이 없는 것이니, 이것을 법성(法性)이라고 하고, 진여(眞如)라고도 하는 것으로, 이것은 말로써 표현할 수 없다. 다만, 우리의 밝은 마음으로 스스로 깨닫는 오묘한 진리로, 우리의 후천적인 의식으로 분별하거나 생각해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이 말은 이 경의 근본 뜻이 최고의 원리인 승의제(勝義諦)를 밝히는 데 있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다음 제3의 심의식품(心意識品)에서는 마음이 중생의 주체가 되는 것이요, 그 주체를 아뢰야식(阿賴耶識)이라고 풀이하였다. 근본 마음인 이 아뢰야식에서 마나식(未那識, mano-vijna)이 전개되고, 다시 안식(眼識)·이식(耳識)·비식(鼻識)·설식(舌識)·신식(身識)·의식(意識) 등 여섯 가지 믿음의 작용이 전개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이 모든 존재의 주관과 객관의 세계를 전개시킨다. 인생의 주체가 되는 마음이 이렇게 하여 나타남에 따라 우리의 몸도 생기고, 또 객관적인 우주의 모든 존재가 이에 상응하여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 품에서는 우주만물의 본체가 일미평등(一味平等)하여, 본연 그대로 있는 것인데 어째서 불완전하고 차별적인 인생의 세계가 나타났는가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인생의 현실은 스스로 자기의 근본 마음인 아뢰야식으로부터 전개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제8 아뢰야식에서 제7 마나식 이하의 세계가 전개된다고 설하는 교설에 대하여 원측은 독특한 견해를 보여준다.

진제(眞諦)는 근본 심식으로 제9의 아마라식(阿摩羅識)을 주장한 데 대하여, 원측은 이러한 제9 아마라식설은 교증(敎證)이 없고, 『결정장론(決定藏論)』에 구식품(九識品)이 있다고 하나 사실이 아니라고 하여 제9식을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원측의 견해는 당시의 유식학계에 큰 영향을 주어, 원측의 유식 내지는 그의 교학이 부처의 근본 뜻을 나타내고 있으며, 학문적인 타당성이 있다고 하여 특히 서역인 돈황(敦煌)지방에서 크게 유통하였다.

그리하여 원측의 이 소는 서장의 학장(學匠)에게 많이 읽혔으며, 드디어 서장의 비구 ‘최둡(法成, chos grub)’에 의하여 842∼846년 사이에 길상천왕(吉祥天王, dpal Lha btsan po)의 명으로 번역되었다.

이 길상천왕은 서장의 왕으로 열렬한 호교왕(護敎王) ‘띠쭉데쬔·뢰빠쬔(Khri gtsug Lde brtsan ral pa can)’을 가리키는 듯하다. 이렇게 하여 『해심밀경소』가 『서장대장경』에 수록되었다.

제4 일체법상품(一切法相品)의 내용은 제법(諸法)은 변계소집상(遍計所執相)과 의타기상(依他起相)과 원성실상(圓成實相)의 3상으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제5의 무자성품(無自性品)에서는 일체제법이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인데, 망령된 집착 때문에 주관적으로 있다고 보는 것이요, 본래의 모습은 자성(自性)이 없는 상무성(相無性)이다. 또한 인연으로 생기한 모습을 분별하여 있다고 하였으니 생무성(生無性)이요, 원성실상도 사실은 그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승의무성(勝義無性)임을 밝혔다.

모든 존재는 현실적인 면에서 보면 있으나, 본질적인 면에서 보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는 것이 옳은 것인가? 본래 모든 사물은 있고 없는 두 면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것으로, 이 두 면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 이것이 중도(中道)이다.

따라서 제6의 분별유가품(分別瑜伽品)에서 중도적으로 보는 관법(觀法)을 설하고 있다. 인간 현실의 근원은 각자의 마음에 있으므로, 인생의 모든 것은 오직 심식(心識)의 나타남이라고 하는 유식관(唯識觀)을 실천하라고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생의 본질과 우주의 실태를 터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유가행(瑜伽行)으로 마침내 죽고 사는 이 언덕에서 열반(涅槃)의 저 언덕으로 건너가게 되므로, 제7의 지바라밀다품(地波羅蜜多品)에서는 그러한 경계를 설하고 있다. 제8권의 권두에서 원측은 이 『해심밀경』의 지바라밀다품을 3문(門)으로 나누어서 해석하였다.

즉, 제1문에서는 지바라밀다품이라고 하는 이름의 뜻을 해석하여, 지(地)에 네 가지 뜻이 있다고 하고, 다음에는 바라밀다(波羅蜜多)의 뜻을 말하여, 지와 바라밀다와는 상위석(相違釋)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다음 제2문에서는 품(品)이 설정된 뜻을 말하였다.

제10권은 『해심밀경』의 제8 여래성소작사품(如來成所作事品)의 첫머리 약간을 제외한 대부분을 주석하고 있다. 원측은 여기에서 삼신만덕(三身滿德)의 대과(大果)가 설해지고 있다고 하였다.

여기에 원측의 유식학상의 여러 견해 중에서 일관된 사상이 나타나 있다. 일체중생은 모두 부처가 될 수 있으며, 상(常)·낙(樂)·아(我)·정(淨)의 네 가지 덕(德)은 수행의 결과로 얻는 것이 아니고 본래부터 갖추어진 것이므로 무생(無生)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원측과 반대되는 견해를 가지고 있던 자은학파(慈恩學派)의 주장은 이 4덕(四德)의 불과(佛果)가 인위(因位)에서는 본래부터 갖추어져 있으나, 그것은 수행을 함으로써만 얻을 수 있다. 원측이 주장한 이 삼신본유설(三身本有說)과 사덕무생(四德無生)의 사상에 대해서는 의정(義淨)이나 진제 등도 같은 견해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제10권 중 인명(因明)에 관하여 해석해 놓은 부분이 있다. 원측은 『인명입정리론(因明入正理論)』에 대한 주소(註疏)를 저술하였으나, 현재 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제10권에 기술된 것은, 원측의 인명학(因明學)에 대하여 알아볼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되고 있다.

『해심밀경』을 주석한 주석서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 진제삼장의 『해절경소(解節經疏)』요, 당나라 때 영인(令因)·현범(玄範)이 저작한 것이 있었고, 신라의 현효(玄曉)·경흥(憬興)의 주석서가 있었으나, 현재는 오직 원측의 것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런 뜻에서도 이 책은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원측은 유식학을 비롯하여 불교 전반에 걸친 그의 탁월한 식견으로 불교의 진수를 이 책에 담았다. 그런데 원측은 이 소를 쓰면서 다음 네 가지에 유의하였다고 한다.

① 이 경을 통하여 불타가 설한 교설의 순서를 살폈고[敎學題目], ② 이 경은 무엇으로써 체(體)를 삼았고 종지(宗旨)는 무엇인가를 살폈으며[辨經宗體], ③ 이 경에서는 만법이 무엇에 의지하고 있는가를 밝혔으며[顯所依爲], ④ 이 경의 글귀에 담긴 뜻을 충실히 해설함으로써 주석서로서의 면모를 갖춘다고 생각하였다[依文正釋].

이 네 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경의 사상적인 진수를 지적하는 것인데, 이것을 그는 변경종체(辨經宗體)라고 하여, 거기서 이 경의 근본 입장과 취의를 설명하고 있다. 원측은 본 경의 체(體)는 여러 다른 경과 뜻이 다를 바 없으나 주종이 되는 취의는 다르다고 하였다. 그것은 다음 네 개의 범주 속에 속한다고 하였다.

① 현상계의 제법은 겉으로 나타나 있으나 진여(眞如)는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이니, 소승의 하나인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는 현상계를 나타내어 설명하려는 것이므로 존망은진종(存妄隱眞宗)이요,

② 현상계의 미망(迷妄)의 법을 무시하고 진여만을 보려고 하는 학파는 소승의 일파인 경량부(經量部)이니, 이것은 견망존진종(遣妄存眞宗)이다.

③ 본체인 진여와 현상계의 만법을 함께 무시하고, 주관과 객관이 모두 공하다고 하는 것은 용수(龍樹) 계통에 속하는 청변(淸辨)의 학설이니 진망구견종(眞妄俱遣宗)이요,

④ 진제(眞諦)의 면에서 보면 본체가 있고, 속제(俗諦)의 견지에서 보면 현상계의 제법이 인연소생이므로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앞에서 말한 삼성설(三性說)에서 보더라도 그런대로 있는 것인데, 그 본체 면에서 보면 제법은 모두 실다운 것이 없으므로 공이로되, 그러나 있다 없다 하는 두 극단으로 나눌 수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하니, 이것이 유식종(唯識宗)의 주장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비천한 사상에서 점차 깊은 사상으로 들어가게 되며, 『해심밀경』은 근본적으로 보아 가장 깊은 것이라고 하였다.

또 원측은 이 책에서 불교의 모든 사상을 세 가지로 분류하였는데, 사제(四諦)로 종지를 삼는 사아함(四阿含)은 약시변종(約時辨宗)이요, 무상(無相)으로 종지를 삼는 『반야경』은 무상위종(無相爲宗)이요, 『해심밀경』은 요의대승교(了義大乘敎)라 하여 이 경의 위치를 최고·최후의 것이라 하였다.

참고문헌

「원측법사(圓測法師)와 심식설(心識說)에 대하여」(오형근, 『불교학보』 13,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1976)
「원측(圓測)의 유식(唯識)사상」(원의범, 『한국불교사상사』 2, 원광대학교 출판국,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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