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革)은 본래 짐승의 가죽을 가리키는데, 짐승은 계절에 따라 털갈이를 하기 때문에 ‘바뀌다’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혁괘는 변혁, 특히 혁명에 관한 괘이다.
괘상은 연못 아래에 불이 있는 모습인데, 물은 아래로 내려와 불을 끄고 불은 위로 타올라 물을 말려버리는 상극 관계로서, 현상태가 유지될 수 없는 변혁의 시기를 상징한다.
화택규괘(火澤睽卦)가 모순·갈등의 상태를 상징한다면 혁괘는 모순이 심화되어 근본적인 변혁이 요구되는 혁명의 상황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혁명은 부득이한 경우 ‘하늘의 뜻에 순응하고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일으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반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 질 때까지 기다리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괘사에서 “날을 마쳐야 믿음이 있을 것이니 올바름을 지켜야 이로워 후회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이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내괘인 이괘(離卦)는 불을 상징하는 괘로서 성급하며 상향성이 강하여 자하면 일을 그르치기 쉽다.
그러므로 초구(初九)에서 “누런 소의 가죽으로 단단히 묶어야 한다”라고 경계하고, 육이(六二)에서 “날을 마쳐 혁명을 하면 앞으로 나아감에 길하여 허물이 없을 것이다”라고하여 재차 혁명할 시기가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혁명은 혁명하는 주체의 혁신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혁괘 5효와 상효에서는 ‘대인호변(大人虎變), 군자표변(君子豹變)이라고하여 근본적인 자기 혁명이 이루어 질 때, 민중들의 신뢰를 얻어 혁명이 성공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