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상에 독특한 모습으로 펼쳐져 일정한 지리적 범위를 구성하고 있는 자연경관과 문화경관은 가시적 형태를 지니며, 그에 연관된 적절한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그 형태와 기능 이면에는 인간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산된 독특한 의미와 상징성이 내재되어 있기도 하다.
경관은 인간의 공간적 행위의 결과물로써 형태와 기능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공간적 행위의 토대를 구성하는 의미와 상징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중에서도 후자와 같이 경관이 의미와 상징성을 내재하고 있는 일종의 담론적 텍스트로 간주될 때, 이를 상징경관이라고 한다.
즉, 경관은 단지 인간 행위의 수동적 결과물이 아니며, 특정 문화집단이 처해있는 상황을 재현해 내고 상징화하는, 그래서 독특한 의미를 담아 (재)생산되는, 문화적 이미지이자 텍스트인 것이다.
경관이 형성되고 그 속에 의미가 체계화되는 것은 특정 문화집단의 사회적 맥락에 따라 독특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지배집단에 의해 적극적으로 생산되고 유지되는 문화경관에는 그들의 이데올로기가 응축되어 있고, 이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유포된다. 피지배집단에 의해 일상생활 속에서 생산되는 문화경관도 당대의 세상 인식 방식을 재현하고, 관련되는 의미와 상징을 적극적으로 구성함으로써 기존의 사회 체계를 공고히 한다.
그런데 이처럼 경관에 의미와 상징이 부여되는 기호화 과정, 혹은 텍스트화 과정과 그것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독해 과정은 그 사회적 맥락 안에서 대체로 통일적이고 일반화가 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왜냐하면 특정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떤 공유된 규약체계가 형성되고 작동하게 되면서, 그러한 규약체계가 경관을 둘러싼 여러 관계들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상징경관의 진상을 파악하는 방법은, 흔히 ‘읽는다’는 표현을 통해 이해될 수 있다.경관은 형태적 특성들과 그에 관련된 사회적 기능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며, 그 이상의 재현된 의미와 상징을 지닌다. 즉 외부 세계를 사실적으로, 혹은 가상적으로 재현하고 상징함으로써 생산되는 일종의 코드화된 텍스트인 것이다. 이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이 아니라 맥락적인 이해와 해석에 의한 의미의 해체를 통해 도달될 수 있다.
도상학(圖像學)적 연구는 텍스트로서의 상징경관을 독해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써 동원된다. 도상학이란 회화 속에 담겨 있는 화가의 의도와 당대의 의미체계를 역사적 맥락에서 파악하는 연구 방법으로써, 이 때 회화는 코드화된 텍스트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경관도 회화와 같이 일종의 텍스트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경관 재현의 형태적, 구성적 특성과 경관 속에 응축되어 있는 생산자의 의도와 당대의 의미 부여 체계를 독해하고, 그러한 것들을 이론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바로 도상학적 경관 연구인 것이다.
상징경관의 해석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과정으로서의 경관적 특성, 즉 정치사회적 과정의 매개물로서의 경관적 특성이다. 경관은 특정 문화집단이 외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재현한 결과로서의 상징물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외부 세계와 의식 세계를 구성하는 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과정으로서의 정치적 매개체로 기능하기도 한다. 이같은 가치함축적이고 과정적인 특성은 지배집단으로서의 경관 주체에 의해 권력관계가 일방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늘 상존해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상징경관은 다양한 주체들의 의도와 관계들이 갈등과 모순, 그리고 경합과 조정의 과정을 통하여 상호작용하는 주체적인 매개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