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보살은 죽은 후 육도윤회의 고통, 특히 지옥의 고통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것을 본원으로 하며, 현세의 어려움을 구제해주는 관음보살과 함께 가장 대중적인 보살로 신앙되어 왔다. 『지장보살본원경』은 지장신앙의 대표적인 경전으로 7세기경 우전국(于闐國)의 실차난타(實叉難陀)가 번역하였다고 전하지만, 송에서 명대 사이 중국에서 편찬된 위경(僞經)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그 내용은 지장보살의 서원과 이익을 밝히고, 경전을 읽거나 외우면 무량한 죄업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유사』대산오만진신조(臺山五萬眞身條)에 보천(寶川)이 오대산에 들어가 지장경을 읽었다는 기록이 보여 적어도 8세기에는 소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의 지장경이 실차난타의 번역본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국내에 현존하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간행된 지장보살본원경은 대부분 법등(法燈)의 번역본으로 상중하 3권 1책으로 구성되었다.
조선시대에 간행된 목판본 지장보살본원경 변상도의 도상은 도리천궁설법도(忉利天宮說法圖), 지장보살도, 그리고 이들을 함께 새긴 것 등 크게 3종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형식인 도리천궁설법도는 석가모니가 도리천에서 마야부인을 위해 설법하는 장면을 새긴 것으로 1469년세종의 2녀인 정의공주(貞懿公主)가 돌아간 남편 안맹담(安孟聃)의 명복을 빌기 위해 발원하여 삼각산 도성암(道成菴)에서 간행한 것과 정희대왕대비(貞熹大王大妃)와 인수대비(仁粹大妃) 등이 19세로 서거한 성종의 부인 공혜왕후한씨(恭惠王后韓氏)의 명복을 빌기 위해 1474년 견성사(見性寺)에서 간행한 판본의 변상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조선 초기 왕실에서 발원한 경전으로 발문은 김수온(金守溫)이 썼다. 변상도는 궁중 화원이 밑그림을 그리고 판각은 당대 최고의 각수들이 참여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반영하듯 각 존상들의 모습은 표정이 살아있는 듯한 얼굴과 우아한 자태로 표현되었으며 새김이 유연하고 깔끔하다.
두 번째 형식에는 지장삼존과 육보살을 배치한 지장보살도와 위태천을 1매의 판에 새긴 것으로 광주 빙발암본(氷鉢庵本, 1616년)과 송광사본(松廣寺本, 1791년) 등이 전해진다. 또한 1765년 종남산 약사전에서 간행한 지장보살본원경 언해본의 변상도는 지장삼존에 시왕, 판관, 동자, 옥졸 등의 권속을 더한 지장시왕도 형식이다.
세 번째 형식은 2매의 판에 새긴 도상으로 첫째판에는 위태천과 그 행장, 둘째 판에는 도리천궁설법도와 지장시왕도를 함께 새긴 것으로 경상도 함양 벽송암본(碧松庵本, 1797년)과 경기도 양주 보정사본(寶晶社本, 1879년) 등이 있다.
이들 두 번째와 세 번째의 도상은 조선후기 명부전에 봉안되어 있는 탱화들의 도상과 일치한다.
불화로는 일본 교토(京都) 지온인(知恩院) 소장본이 대표적이다. 1578∼1577년 숙빈윤씨(淑嬪尹氏) 등이 명종의 비인 인순왕후(仁順王后)의 명복을 빌기 위해 비구니 지명(智明)과 함께 발원하여 자수궁정사(慈壽宮淨社)에 봉안한 것이다. 이 그림 상단에는 지장시왕도, 하단에는 지장보살본원경에 나오는 18지옥의 모습을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