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이라는 말은 같거나 짝을 이루는 여러 개를 한데 모은 숫자 뒤에 부착하여 그 갯수를 알 수 있도록 한 명사이다. 과거 옷은 대를 엮어 만든 상자에 보관하였으며, 이러한 편죽상자는 그 크기가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 까지 여러 개가 한 벌을 이루어 작을 것에서 부터 큰 것 까지 차례로 포개어 넣으면 제일 큰 것에 모두 들어가게 되는 합의 형태로 되어 있다. 포개어 넣을 수 있는 숫자에 따라 삼합 또는 오합이라 하였는데, 삼합이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형태였다.
조선시대에 대가 많이 생산되는 전라남도에서는 대를 마치 종이끈처럼 잘라 청홍색 등 여러 색으로 염색하여 이것을 짜서 뚜껑이 있는 옷상자를 만들었다. 안은 파란 종이를 발라 붙이는데 크고 작은 5개의 상자를 쌓아 올려 하나의 물건이 되므로 일반적으로 오합피죽상(五合皮竹箱)이라고 불렀다. 이 상자에는 옷감이나 재봉에 쓰는 기구 등을 넣어 두었다.
피죽상은 죽피에 물을 들여 만들므로 채상(彩箱)이라고도 불리는데, 현재도 전라남도 담양에서는 아래위를 한 짝으로 크고 작은, 혹은 크게 몇 짝씩 하는 채상을 만들어 세 짝이면 뒤의 단어인 '피죽상'을 떼고 ‘삼합’, 다섯 짝이면 '오합'이라고 한다. 가장 많은 예가 3짝이어서 채상이란 이름 대신 '삼합'이라 일컫기도 한다.
포개지는 채상의 크기는 차례로 2치(약 6mm)씩의 차이가 나서, 삼합을 보관할 때에는 세 쌍의 상자를 큰 상자에 모두 차례로 넣어서 보관할 수 있다.
채상의 합(合)은 화장합(化粧盒) 또는 찬합(饌盒)의 합(盒)과는 구별된다. 채상의 경우 뚜껑이 몸체에 내리덮게 되어 있으나 합(盒)은 뚜껑과 몸체에 각각 뚜껑받이 턱을 내어 뚜껑을 닫았을 때 뚜껑면과 몸체가 평면을 이루게 된다. 즉 합(盒)은 그릇의 양식적 표현이고 합(合)은 한데 모았다는 의미이다.
현재 삼합이라는 용어는 담양에서 생산되는 채상 외에 영양면에서 조화를 이루거나 맛 등이 잘 어울리는 음식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